이재명 띄우니, 친명 밀었다···野서도 힘 받는 '금투세 유예론'
김민석·이언주·김현정 등 '친명' 금투세 유예 주장 민주, 24일 금투세 토론회 통해 당론 도출할 듯
2025-09-22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론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힘을 받고 있다. 친이재명(친명)계 인사들이 속속 "금투세 시행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면서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유예' 쪽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금투세 관련 당내 정책 토론회를 통해 당론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 '핵심 친명'으로 평가받는 의원들이 잇따라 금투세 시행 유예를 주장하면서 금투세 시행에 대한 당내 기류가 요동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향한 금투세 폐지 압박을 지속하는 가운데, 이 대표가 결단을 내리기 전 친명계가 '군불 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나서 수석최고위원이 된 김민석 최고위원이 최근 금투세 시행 유예를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증시부양개혁과 금투세 유예·안착, 고수익 과세의 3단계 해법으로 경제개혁, 주가상승, 개미지원, 조세 정의, 세수증대의 5대 목표를 달성하자"며 "금투세 시행을 3년 정도 유예해 증시개혁과 부양의 검증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에 앞서 지도부 내 또 다른 친명계인 이언주 최고위원도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시장을 선진화시킨 다음 (금투세를)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말하며 금투세 유예를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 대표 특보를 지낸 김현정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금융의 공공성'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강조하며 공개적인 유예론 지지 행보에 나섰다. 금투세는 주식 수익이 연 5000만 원, 기타 금융상품 수익이 연 250만 원일 경우 수익에 대해 최대 27.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로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다만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과세로 인한 대주주 이탈과 전반적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 대표가 1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투세 유예 논의'를 일으켰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면서 "시행 시기의 문제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며 금투세 유예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금투세 유예 외에도 상속세와 종부세 등 세제 개편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과감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외연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한 '금투세 시행'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은 오는 24일 금투세 관련 당내 정책 토론회(정책 디베이트)를 진행한 뒤 금투세 시행·유예에 대한 최종 당론을 경정한다는 계획이다. 토론회는 금투세 시행론과 유예론에 각각 찬성하는 의원 10명이 5명씩 나눠 팀을 이뤄 진행된다. '시행팀'엔 김영환·김성환·이강일·김남근·임광현 의원, '유예팀'엔 김현정·이소영·이연희·김병욱·박선원 의원이 참여한다. 민병덕 민주당 정책디베이트 준비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책디베이트 설득의 대상은 상대방 팀이 아니라 청중과 시청자"라며 "시청자의 궁금증을 염두에 두면서 유예와 시행팀의 쟁점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우리 팀의 입장이 왜 옳은지 잘 부각시키는 것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