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걸음마 뗀 K-SAF…보법이 다르려면

2024-09-22     서영준 기자
서영준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지난달 30일 대한항공을 비롯한 6개 국내 항공사가 국제노선 정기 운항에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20번째, 아시아에서는 4번째 SAF 상용 운항을 시작한 국가가 됐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우리나라가 항공유 수출 세계 1위인 점을 고려하면 뒤늦은 출발임은 자명하다. 정부 지원 또한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SAF 시장은 성장가능성이 확실한 블루오션이다. 주로 곡물과 식물에서 연료를 추출해 탄소 배출이 적고, 석유 제품 대신 사용할 수 있어 탄소규제와 온실가스 감축 흐름 속 SAF 사용은 의무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25년부터 기존 항공유에 SAF 최소 2% 이상 섞는 것을 의무화했으며 2050년 70%까지 혼합 의무화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일 예정이다.  수요 성장세도 가파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 글로벌 SAF 수요가 4000억톤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시장 규모가 2021년 약 1조원에서 2027년 약 3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모든 항공편에 SAF 혼합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원유 정제 공정에 친환경 원료를 투입할 수 있도록 한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SAF 생산을 위해 원유 외 원료를 취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 참이다. 이제 속도전이다. 가장 시급한 건 국내 전용 생산 시설 확보다. SAF 1%를 혼합하기 위해선 과거 항공유 소비량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8년을 기준으로 예측하면 700만톤의 1%인 7만톤을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유사들은 기존 정유 공정을 이용하는 공동처리 방식으로 소량의 SAF만을 생산할 수 있다. 정유 4사는 2030년까지 약 6조원을 투자해 SAF 전용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미국은 SAF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5년간 약 1조3400억원 보조금을 지원한다. 또 자국 내 생산, 판매되는 SAF에 대한 세액공제 해택을 제공한다. 일본도 SAF 생산설비 투자지원으로 향후 5년간 약 3조1300억원을 투입하며 전략 분야 국내생산 촉진세제를 신설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면 세액공제율을 15%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세제 지원과 인센티브 등 혜택을 확대해야지만 국내 기업들의 SAF 시장으로 나아가는 보법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