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에 묻힌 '연금개혁', 여야 주도권 다툼에 시작부터 '난항'
대통령실·정부, "반개혁 저항에도 강력 추진" 의지
'자동조정장치' 등 시민사회 반발에 野 연금특위 거부
2025-09-22 조석근 기자
대통령실과 정부가 연금개혁을 올해 중 완료한다며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연금개편안 입법을 추진해야 할 여야의 신경전만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그대로 도입될 경우 실질 연금수령액이 대폭 삭감될 수 있다는 시민사회 우려가 거센 가운데 야당은 연금개혁특위 구성에서부터 반대하고 있다. 야권이 우세인 기존 상임위원회(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의 논의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연금개혁 '골든타임'을 올해로 보고 연내 연금개혁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에서 "반개혁 저항에도 물러서지 않고 연금, 의료, 교육, 노동 4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한 그대로다.
윤 대통령이 지난 29일 국정브리핑에서도 강조한 4대 개혁 중 가장 첫 머리가 연금개혁이지만 최근 의대증원에 따른 의료대란에 가려진 상황이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연금개혁 브리핑을 통해 정부 차원의 연금개혁안을 발표하는 한편 거듭 연금개혁 시급성을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1차관은 당시 "연금 지속가능성이 (연금개편안에 새로 추가 된)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2088년까지도 가능하다"며 "올해가 개혁 적기인 골든타임인 만큼 올해 꼭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연금개혁의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을 넘어 구조개혁을 위해 국회 차원의 상설 연금개혁특위가 신속히 구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동수의 특위 내에서 모수개혁을 연내 논의하고 내년 정기국회까지 구조개혁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야권의 주축인 민주당은 보건복지위 내 논의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모수개혁 외 구조개혁 방안은 아직까지 내놓지 않은 점을 들어 상임위 내에서 모수개혁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모수개혁 차원의 개편안은 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 현행 9%에서 13% 인상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졌으나 소득대체율에 대한 불일치로 무산된 바 있다.
연금개혁 정부안은 보험료율에선 21대 국회 방안과 동일하다. 소득대체율의 경우 국민의힘 43%, 민주당 44%보다 낮은 42%다. 보험료율 인상까지 세대별로 차등을 둬 50대는 매년 1%로 4년, 20대는 0.25%로 16년이 걸리도록 했다.
가장 논쟁이 뜨거운 부분이 자동조정장치다. 물가상승을 연금액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2036년 도입하자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금고갈 예상시점을 2056년에서 2088년까지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상승할 경우 소득에서 원천 공제 또는 납부해야 할 금액은 당연히 늘어난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감소한다. 여기에 노후 수령할 연금액에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연금액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한국노총·민주노총 등이 야당과 함께 "정부의 연금개혁은 국가의 국민노후보장을 포기한 연금개악안"이라고 반발한 배경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내 논의가 이뤄질 경우 전체 정수 24명 중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이 16명으로 국민의힘의 2배가 된다. 연금개편 국회 논의기구에서 여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만큼 연금개편 논의가 장시간 공회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