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새 내각 명단 발표…'우향우' 기조에 정국 혼란 지속될 듯

우파 성향 총리 임명에 반대 시위 이어져

2024-09-22     성동규 기자
프랑스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프랑스가 조기 총선 이후 약 두 달 만에 새로운 내각 구성을 완료했다. 이번 총선에서 좌파 연합이 승리했음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우파인 공화당 출신을 신임 총리로 임명하고 내각에도 우파 성향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적잖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 통신에 따르면 가브리엘 아탈 바르니에 신임 총리가 이날 38명으로 구성된 새 내각 명단을 발표했으며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새 내각은 주로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연합과 바르니에 총리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번 내각 구성에서 좌파 인사들이 대부분 배제된 배경은 동거정부(대통령과 총리의 소속당이 다른 정부)의 특성상 결집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데다 하원의 불신임 투표를 극복하기 위해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으로부터 '암묵적 지지'를 얻어내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특히 새 내각에서 공화당 소속인 브뤼노 르타이오 상원 원내대표가 내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이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르타이오 장관은 이민정책에 있어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는 국민연합의 핵심 정책인 '반(反)이민' 기조와 맥을 같이하는 인사로 평가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월 유럽의회 프랑스 선거에서 극우에 패배한 후, 정치적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했다. 그러나 총선 결과, 프랑스 하원(총 577석)에서 좌파 연합인 신인민전선이 193석으로 제1당이 되었다. 집권 여당인 중도당은 166석, 국민연합은 142석. 광화당은 47석 순으로 뒤를 이었다. 프랑스 하원은 정부 불신임권을 갖는다. 과반이 불신임안에 찬성하면 총리는 물러나야 하고 자연히 정부는 붕괴한다. 신인민전선이 정부를 무너뜨리려면 국민연합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국민연합과의 협상 가능성은 중도당과 공화당쪽이 사실상 더 높다. 국민연합은 바르니에 총리가 지명됐을 당시 불신임 투표에 당장 나서진 않겠다며 잠정적 지지를 표한 바 있다. 프랑스 헌법에 따 총리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나 관례상 총선 1위 정당이 총리를 지명하게 된다. 그럼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신인민전선이 추천한 루시 카스테트 파리시 재정국장의 총리 지명을 거부하고 우파인 바르니에를 총리로 임명한 것 역시 정권 유지를 위한 포석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크롱 대통령은 바르니에 총리 지명 이후 두 달째 탄핵정국을 겪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의 탄핵 절차는 의회 사무국·입법위원회 통과, 하원과 상원 전원으로 구성된 고등재판소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로 추진된다. 신인민전선은 입법위원회의 역시 과반 의석을 갖고 있지 않은 만큼 탄핵 절차는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입법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프랑스 상원은 우파가 다수이고 신인민전선 내부에서도 탄핵 찬반이 갈릴 수 있어 고등재판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앞으로 새 내각에 대한 불신임과 탄핵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프랑스 정국의 혼란이 쉽게 수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우파 성향 총리 지명 이후 프랑스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