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로 서울·수도권 월세 시장 커진다
지난 8월 월세가격지수 116.08 역대 최고
2025-09-23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가계부채 감소 및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한 대출규제 강화 전후로 매매와 전세 수요자가 유입된 서울과 수도권 월세 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다.
23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16.08이다. 이는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18.1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도 덩달아 뛰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5660건으로 매매 거래량(5574건)을 뛰어넘었다. 매매 거래량이 월세 거래량을 앞지른 지 3개월 만에 이를 다시 뒤집은 것이다. 월세는 지난 2022년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직후 전세살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 2021년 기준 임대차 수요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였지만, 지난 2022년 4월 50%를 찍었다. 지난 8월 기준 전체 부동산 거래 29만6950건 중 월세는 12만1839건으로 41%를 차지했다. 매매와 전세는 각각 8만6774건과 8만8337건으로 29%와 30%에 그쳤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월세 시장은 더 커졌지만, 부족한 공급이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 부동산플랫폼 통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1만562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9050건) 대비 18% 줄었다. 아실 통계에서도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1만5893개로 나타났다. 월세 매물이 가장 많았던 지난 2023년 1월(3만1000개) 대비 절반 수준이며 올해 1월(약 2만개)보다도 줄었다. 매매와 전셋값 상승세가 여전한 점도 월세 쏠림 현상을 가속화 했다. 한국부동산원 8월 전국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 상승폭은 0.83%로 지난 7월(0.76%)보다 컸다. 이는 지난 2019년 12월(0.86%) 이래 56개월 만에 최고치다. 수도권 상승폭은 0.53%로 지난 7월(0.4%)보다 컸고 지난 2021년 11월(0.76%)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전셋값 상승도 두드러졌다. 전국 주택종합 전셋값 상승폭은 0.22%로 지난주(0.16%)보다 확대됐다. 서울 상승폭은 0.52%로 지난주(0.54%) 대비 0.02%P 하락했지만, 수도권은 0.4%에서 0.46%로 0.06%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과 수도권 주요단지를 중심으로 한 거래가 늘어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이어진 가운데 시중은행은 금리를 조정했다. 지난 8월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지난 7월 대비 약 1%p 높였다. 만기 40년 기준 5억원을 대출받은 수요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360만원 늘어난 셈이다.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되자 5대 은행은 저마다 추가 대출 억제책을 차례로 내놓고 있다. 주택 매수인이 받을 수 있는 한도 자체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출규제로 매매나 전세 거래가 줄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커지고 월세는 더 오른 뒤 인근 수도권 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될 수 있다”며 “지난 2022년 전세사기 때와 성격은 다르지만 월세 쏠림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