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인증만 245개…中企 부담 지속
중소제조업 보유 인증 평균 2.91개…24.7% 취득에만 연 2000만원 소요 정부, 올 2월 법정인증제도 개편 공언…24개 폐지 약속에도 245개 유지 중
2025-09-23 오시내 기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중소기업계가 정부의 법정인증 취득 요구로 재정 부담을 겪고 있다.
법정인증제도는 기업이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받는 인증이다. 의무인증은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임의인증은 정부조달 등에서 실질적으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23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법정인증제도는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수단으로 기업들이 매년 개선을 요구하는 사안이다. 최근 약 5년간 정부가 배포한 규제개선 보도자료 중 151건이 인증 관련 규제였다. 규제 샌드박스로 승인된 실증과제 861건 중에서도 59건이 인증 관련 문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4 중소기업이 선정한 현장규제 100선’에서도 법정인증제도는 중소기업의 판매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중소제조업이 보유한 인증 개수는 평균 2.91개로, 37.7%의 기업은 연간 신규인증 획득에 100~500만원의 예산을 소요했다. 2000만원 이상을 소요하는 기업도 24.7%에 달했다. 국내 법정인증은 주요국 대비 많은 수준이며,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부처별 인증제도를 명시하는 ‘e나라 표준인증’ 목록에 따르면, 현재(23일) 기준 245개의 인증이 존재한다. 반면, 미국은 97개, 유럽연합(EU)은 40개, 중국은 218개, 일본은 14개의 법정인증을 운영 중이다. 개편이 요구되는 또 다른 이유는 디지털전환 등으로 부처 간 정책이 연결되면서 법정인증의 중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증 제도가 있음에서 국내에서만 인정되는 인증을 다시 취득해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현장의 요구에 지난 2월 정부는 제35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인증규제 정비방안’을 논의했다. 여러 차례 인증규제 개선을 추진했지만,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체감효과가 낮다는 이유다. 정부는 그간의 규제개선과 달리 제로베이스에서 법정인증을 검토해 일부를 통폐합하고 향후 무분별한 인증제도 신설을 방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 2월 기준 257개에 달했던 법정인증 중 실효성이 낮은 24개 인증을 즉시 폐지하고, 유사·중복 인증을 8개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66개 인증은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용 절감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행하는 ‘천연화장품 및 유기농 화장품 인증’ 등이 있다. 해당 인증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코스모스(COSMOS) 인증’과 중복돼 현장에서 개선이 요구된 바 있다. e나라 표준인증 목록도 개편해 인증 요건에 부적합한 제도를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해당 조치로 약 1527억원의 기업부담이 경감되고, 친환경선박의 해외 수주경쟁력 제고 등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 예측했다. 반면,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인증 폐지 속도가 더뎌 여전히 재정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정부 발표에 따르면 법정인증이 약 198개가량으로 줄어들 예정이었으나, 여전히 245개의 인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법정인증 개편을 담당하는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인증제도 폐지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국회에서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법정인증을 개선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법정인증은 주관 부처들이 움직여야 폐기되기에, 제도 개편을 위해 부처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개편을 진행해도 지난 2월 공언했던 수만큼 법정인증을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반기별로 이행 상황을 점검하면서 법정인증 개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