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SAF 속속 도입…부담은 소비자 몫?

정부, 2027년 국내 출발 모든 국제선 SAF 사용 의무화 대한항공·아시아나 등 국내 6개 항공사, SAF 상용 운항 SAF 가격, 기존 항공유보다 약 3배↑…소비자 부담 불가피

2025-09-23     박지성 기자
대한항공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국내 항공업계가 탄소중립 정책에 맞춰 지속가능항공유(SAF)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SAF는 단가 자체가 높기 때문에 항공권 가격도 덩달아 올라 소비자들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SAF를 사용한 국제선 여객기 운항을 시작했다. 최근 대한항공(인천-하네다 노선)을 시작으로 △티웨이항공(인천-구마모토) △아시아나항공(인천-하네다) △제주항공(인천-후쿠오카) △진에어(인천-기타큐슈) △이스타항공(인천-간사이)이 SAF 급유를 시작했다. 이들 6개 항공사는 SAF가 1% 혼합된 연료를 주 1회 급유해 운항할 예정이다. SAF는 폐식용유와 생활폐기물 등을 원료로 만든 친환경 항공유로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항공유와 비교해 최대 80%까지 탄소배출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 2021년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65%를 SAF를 통해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오는 내년부터 SAF 2% 혼합 급유를 시작으로 2050년에는 혼합률을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유럽의 공항에서 급유하는 항공기는 전체 연료의 2%를 SAF로 채워야 한다. EU와 별개로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항공유에 SAF를 1% 섞어 사용하도록 의무화했으며, 미국 역시 2050년까지 항공유 수요의 100%까지 SAF로 충족하겠다는 목표다. 일본도 오는 2030년까지 항공사 연료 소비량의 10%를 SAF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국가들이 SAF 상용 의무화를 추진함에 따라 한국 정부도 SAF 혼합의무화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지속가능항공유 확산 전략'을 발표하고,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인증한 국산 SAF의 상용 운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SAF를 활용한 상용 운항을 오는 2026년까지 항공사들 자율에 맡기고, 2027년부터는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혼합유 사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다만 SAF가 상용화 될 경우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IATA에 따르면 현재 SAF의 가격은 톤당 평균 2600달러로, 기존 항공유보다 약 3배 비싸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SAF 가격이 일반 항공유 대비 8배 비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SAF 부담을 줄이려 할 수 있다. 실제 해외에서는 SAF 도입으로 인한 추가 요금을 일정 부분 소비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항공권 가격 상승 우려에 대해 정부가 SAF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들의 SAF 도입은 탄소 중립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지만, 소비자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선 정부가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또는 항공기 부품에 붙는 관세 면제 및 철폐 등 원가 요인을 제거해 줄 필요가 있다"며 "SAF 국산화를 위해 정유사들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사들의 SAF 도입은 유류할증료에 반영될 것으로 항공권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는 유류할증료와 함께 환경부담금이 더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