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中企·소상공인 폐업 역대 최고치 '재정비 시급'

1월~7월 법인 파산건수 전년 동기比 32.5% 늘어 경영난에 창·폐업 반복하는 자영업자 대책 마련해야

2025-09-23     김혜나 기자
지난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경영난에 잇따라 문을 닫는 상황이다. 정부가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도가 낮은 만큼 정책 재정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3일 중소기업중앙회의 ‘2024년 9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9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77.4로 전월 대비 0.8포인트(p) 상승했다. 7월과 8월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소폭 반등했으나, 전년 동월(83.7)대비로는 6.3포인트 낮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의 9월 경기전망은 전월 대비 2.3포인트 상승한 82.7이며, 비제조업은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75.2로 나타났다. 건설업(73.2)은 전월 대비 1.7포인트 상승했으며, 서비스업(75.6)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중소기업 업황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제조업 가동률도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7월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1.6%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제조업 가동률 80% 이상을 정상적인 생산활동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중소기업의 생산이 부진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 폐업도 역대 최고치다. 올해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15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 늘었다.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며 2021년 955건에서 2022년 1004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1657건으로 급증했다. 다만 일각에선 기업의 ‘줄파산’으로 인한 산업생태계 경쟁력 악화를 막으려면 기업의 존속가치를 고려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불황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자영업자 역시 한계에 봉착한 모습니다. 지난해 폐업신고를 한 사업자(법인 일반간이면세)수는 98만6487명으로, 전년 대비 11만9195명 증가해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고물가와 고금리, 내수 부진이 지목된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폭염으로 인해 원재료값이 크게 올라 고충을 겪는 모습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배추 가격은 포기당 8989원으로 6463원이었던 전월 대비 39.1%, 5509원이었던 전년 대비 63.2% 뛰었다.

시금치는 100g당 3697원으로, 전월(2477원) 대비 49.3%, 전년(2511원) 대비 47.2% 올랐다. 무도 1개당 3909원으로 전월(3156원) 대비 23.9%, 전년(2313원) 대비로는 69% 올랐다.

정부는 다양한 방면에서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새출발기금을 10조원 이상 늘린 40조원으로 편성했다. 새출발기금은 자영업자 채무 조정 프로그램으로, 취업·재창업 교육을 이수하면 원금감면율을 우대(최대 10%포인트)해주는 제도다.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선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대책으로 △경영 부담 완화 △성장 촉진 △재기 지원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전기료, 임차료, 배달·택배비에 금융지원까지 강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처럼 정부가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을 파격적으로 늘렸으나 현장에서는 체감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물가로 인해 원재료 가격 부담은 늘어나고, 가계소비 역시 부진한 탓에 좀처럼 경영상황이 나아지지 않아서다.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폐업 소상공인들에 대한 촘촘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은 생계형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만큼, 경영난으로 폐업하더라도 뾰족한 대책 없이 생계를 위해 재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재창업 이외의 선택지가 부족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데, 창업과 폐업을 반복한 이들에게는 빚만 쌓이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은 이전부터 소상공인 전용 에너지요금 신설 등을 지속 주장해왔으나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현재 고착화된 고비용 구조를 완화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소상공인들의 경영이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