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韓·中·日, 케즘·포비아에도 배터리 경쟁 격화
가성비·거대 내수시장 앞세운 중국 독주 韓, 기술 우위 확보 전략…日, 공격적 투자
2025-09-23 최은서 기자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전기차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한국, 중국, 일본 간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지만 향후 미래차 시장은 전기차로의 전환이 대세라는 판단에서다. 높은 가성비의 중국산 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을 파고 들고 있는 가운데 일본도 승기를 잡기 위한 공격적 투자에 나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전기차용 배터리 업계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에서 중국의 CATL이 29.8%에서 31.6%로 점유율을 높이며 1위를 유지했다. 이어 LG솔루션(14.7%), BYD(11.9%) 삼성SDI(7.1%), SK온(4.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하량 기준 점유율에서는 중국 CATL(35.9%)과 BYD(16.5%)가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며 52.4%의 점유율로 영향력을 과시했다. 한국 업체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12.1%) 3위, 삼성SDI(4.3%) 5위, SK온(3.5%) 5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중국 배터리 성장세 배경으로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채택 증가와 안정된 공급망, 규모의 경제 등이 꼽힌다. 중국 기업들이 주력해온 LFP배터리는 원가절감에 유리해 높은 가성비를 확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업체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중국 배터리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배터리는 거대한 내수시장 규모와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어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 하에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을 '3대 신산업'으로 지정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9배 달하는 산업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 차세대 기술 개발 등에 역점을 두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차세대 배터리 양산에 고삐를 죄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58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오창공장에 46파이 배터리 양산 라인을 구축했다. 46파이 배터리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생산효율이 높고 저렴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께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 말부터 고객사들에게 샘플을 공급,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ASB(전고체 배터리)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하는 등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SK온은 '인터배터리 2024'에서 ESS 관련 제품을 첫 공개하고 미국 IHI테라선솔루션과 북미 ESS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ESS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54조5000억원의 민관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자국기업의 글로벌 점유율 20%대 회복이 목표다. 아울러 최근 자국 자동차기업에게 3조여원의 배터리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기로 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