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수출액 1조 육박…K-과자 ‘글로컬라이제이션’ 도약
올해 과자류 수출액 이미 5억달러 넘겨…1조원 전망도 오리온·롯데웰푸드·크라운해태 등 현지 맞춤형 제품 고심
2025-09-23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과자를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과자류 수출액은 4억9420만달러(약 660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추석 전인 이달 둘째 주까지 수출액은 5억2910만달러(약 7071억원)로 집계됐다. 농식품 품목 중 라면, 연초류(담배와 전자담배)에 이어 세 번째로 수출액이 많은 과자류는 이 같은 수출 호조세가 지속된다면 역대 최대 연간 수출액을 경신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과자류 수출액이 처음으로 7억달러(9356억원)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자 수출액이 1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내 식품사들은 한류의 인기와 함께 K-푸드가 해외 시장에서 관심을 얻자 동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인도 시장까지도 진출하며 현지화에 초점을 맞췄다. 호기심에 한번 접할 수는 있지만 꾸준히 제품을 찾게 하기 위해서는 현지 정서, 입맛과 맞아야한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현지화에 심혈을 기울인 기업은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국내에서 성공한 제품을 해외에 그대로 판매하지 않고 현지 시장에 맞춘 특화 제품으로 세계화의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지난해 △초코파이 △오!감자 △스윙칩 △예감 △고래밥 △포카칩 △마이구미 △카스타드 △초코송이 등 총 9종의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중국·베트남·러시아 등에서 오리온 제품은 국내에는 없는 현지 맞춤 제품도 있다. 베트남에서 선보인 참붕어빵은 제품명부터 맛, 식감까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취했다. 베트남에서 물고기 모양을 한 먹거리가 친숙하다는 점에 주목해 출시하면서 제품명도 ‘봉방’으로 바꿨다. 마이구미도 타마린드(새콤달콤한 열대과일) 맛을 내놓으면서 소금을 동봉해 출시했다. 현지에서는 과일과즙 30%가 함유돼 건강에 좋은 이미지로 평가받으며 안심하고 아이에게 먹일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원재료도 가능한 현지에서 조달하면서 지역 소비자들의 입맛을 겨냥했다. 생산 설비도 현지에 지었다. 오리온 해외 공장은 중국에만 4개(랑팡·상해·광주·심양공장), 러시아에 3개(트베르·트베르2·노보시비르스크공장), 베트남에 2개(미폭·옌퐁공장) 등 9곳이다. 미국에서 꼬북칩이 인기를 끌면서 미국 현지 꼬북칩의 연매출이 400억원을 웃돌 경우 미국 생산 공장도 검토할 계획이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며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유럽 출장 중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사 경영진을 모아놓고 2035년까지 빼빼로를 ‘글로벌 톱10, 아시아 넘버원’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빼빼로 매출 1조원 달성을 위해 롯데는 베트남·인도 등 기존 진출 국가에서의 시장 확대, 잠재력 높은 신규 진출 국가 개척, 공동 소싱 및 마케팅 활동 지원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첫 번째 빼빼로 해외 생산기지로 인도를 낙점하고, 인도 현지 법인인 롯데 인디아 하리아나 공장에 약 33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현지의 식문화와 기후에 따른 취식 환경 등을 반영한 롯데 빼빼로 현지화 제품을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크라운해태그룹은 지난 5월 크라운제과 신공장을 충남 아산시에 설립했다. 연간 최대 생산 능력은 2400억원 규모다. 해외 현지 공장은 없지만 평택항에서 가까운 두 공장을 수출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공장보다 2배 이상 큰 규모로 향후 새로운 생산라인의 도입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과자 수출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우리 기업들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현지 고객들이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꾸준히 개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