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부담·주담대 규제에 '전세의 월세화' 재확산

서울·수도권 비롯해 지방 대도시 월세 매물 급감 월세 지수 최고치···전세 대출 문턱 상향 등 한몫

2025-09-23     권한일 기자
전셋값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서울·수도권 월세 거래량이 늘고 가격 지수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셋값 오름세가 1년 넘게 이어진 데다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시행으로 월세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아실 통계)은 23일 기준 1만5335건으로 1년 전(1만9050건)보다 19.6% 급감했다. 이는 월세 매물이 정점이던 지난 2022년 말(3만여 건) 대비 절반 수준이다. 서울 이외 인천·경기는 물론 울산·부산·광주광역시 등 지방 주요 권역에서도 월세 매물은 급감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의 최근 1년간 월세 매물 감소 폭은 △인천 -39.1% △경기 -9.9% △부산 -23.5% △광주 -13.9% 등으로 집계됐다. 월세 가격은 치솟고 있다. 지난달 기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지수(KB부동산 통계)는 각각 116.08, 118.1로 나란히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매·전세가격 고공행진과 여전히 높은 대출 금리에 더해 이달부터 스트레스DSR과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포함) 규제 강화로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월세를 선택하는 이들이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 초부터 지난주까지 누적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56%, 수도권은 1.40%씩 올랐다. 특히 전셋값의 경우 서울은 70주(약 1년 반) 연속, 경기와 인천은 각각 66주, 38주 연속 오른 상황으로, 이달 시행된 대출 규제에도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새 아파트 공급 감소와 선호 입지 매물 품귀 현상, 잇단 전셋값 상승에 따른 재계약(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등) 증가 등으로 매물 부족은 더해졌고 임대인(집주인) 입장에서도 월세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수년간 지속된 전세사기를 둘러싼 우려로 비(非)아파트 전세계약 기피 현상도 여전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옥죄기까지 가중되면서 '매매·전세의 월세화'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전셋값 고공행진과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현재 비아파트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주택 공급이 더딘 만큼, 월세 쏠림 등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달부터 본격화된 대출 규제로 매매·전세 수요에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 "전세자금 대출에도 정부의 규제가 동시에 들어가는 측면을 고려할 때 전세의 월세화 양상과 전셋값 상승 폭 축소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