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舊 6군단 일대 개발, 포천의 백년대계를 위한 청사진 제시해야

연제창 포천시의회 부의장

2025-09-24     김정종 기자
연제창

매일일보  |  삶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고,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흥망은 무수한 정책 결정의 합(合)으로 이루어진다. 위정자의 판단은 역사를 창조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역사의 죄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지금 포천은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느냐, 또는 이대로 주저앉느냐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舊 6군단(이하 ‘6군단’) 부지반환의 기회를 맞아, 지역의 백년대계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집행부는 6군단 및 주변부지에 첨단국방드론산업단지와 배후시설을 조성할 방침이다. 드론작전사령부 주둔을 ‘천금 같은 기회’로 둔갑시킨 1년 전부터 지금까지 마치 견고한 성(城)처럼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집행부의 계획은 불가역적인 최선의 선택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사업성’과 ‘타당성’ 측면에서 재론의 여지가 있다. 사업성 측면부터 살펴보자. 6군단 부지개발의 핵심은 기부대양여다. 사업자 입장에서 약 2,300억 원의 기부대양여 사업비에 PF 금융비용, (지하철역 유치 등) 공공기여 및 개발이익 등을 감안한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집행부의 개발계획은 사업성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집행부의 끝모를 무능에 6군단 일대 개발의 핵심인 고도제한에 관한 법령해석부터 잘못됐다. 결국 모든 구조물을 저층으로 조성하는 해괴한 개발구상으로 귀결됐다. 집행부 스스로 토지 가치와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일에 앞장선 꼴이다. 개발의 ‘방향성’도 애매하다. 큰 틀에서 집행부의 구상은 ▲6군단 ‘주변’부지를 기회발전특구로 편입하고 ▲이후 기부대양여로 확보할 6군단 부지는 배후시설로 조성하는 ‘이원화’된 형태다. 사업자 입장에서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보다 특구 유치에 6군단 부지만이 정답이고 이를 집행부가 나서 가이드라인으로 강제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구상으로는 6군단 일대 개발도, 기회발전특구도 모두 성공하기 어렵다. 6군단 부지의 토지면적과 형상(形狀), 용적률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사업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6군단 부지 뿐 아니라 일대 시유지, 민간토지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아울러, 사업자의 개발이익을 담보하고 지역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산단보다 택지개발이 바람직하다. 또한, 반세기 이상 시의 중심을 군에 내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산단 개발로 도시를 두 동강 내겠다는 발상에 얼마나 많은 시민께서 동의할 수 있겠는가. 효율적인 토지 이용과 도시단절의 회복 차원에서 산단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기회발전특구 부지가 필요하다면, 이미 산단 조성이 확정된 고모리에 등 6군단 부지 이외에도 얼마든지 있다. 물론, 수요 관점에서 택지개발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다. 다만, ①민간과 공공투자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개발, ②대단지 조성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및 ③토지조성 가격의 양적 완화를 실현하게 되면, ▲적정 수준의 기반시설 확보, ▲정부·광역단체의 인프라 투자 가속화, ▲합리적인 분양가 책정 등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결코 허황된 기대가 아니다. 본 의원이 자문을 구한 전문가들 역시, 6군단 일대 개발의 성공을 위한 전제로 ▲민간·공공사업자의 복합개발, ▲양적증대, 즉 일정 규모 이상의 부지확보를 통한 택지개발, ▲입주수요를 유인할 킬러콘텐츠 확보를 제안하고 있다. 산단 조성과 같은 방식은 결코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음은 드론을 앵커산업으로 하는 기회발전특구의 타당성에 관한 문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양시는 드론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드론작전사령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나아가 고양시는 국방드론 MRO센터, 드론종합훈련센터, 대드론 검증시설 등 전문시설을 갖추고 드론방위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미 관내에 드론앵커센터와 드론전용비행장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드론 방위산업 분야에서 포천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천금같은 기회라던 드론작전사령부(이하 ‘드론사’)는 고양시뿐 아니라, 지난주에는 원주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 밖에 드론사가 협약을 체결한 관·산·학 기관은 얼마든지 있다. 드론사 주둔이 우리 시에만 특별한 기회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설상가상, 2030년 이후 드론사 이전이라는 예견된 사실에도 아무 대책이 없다. 또한, 이미 여러 지자체가 (국방)드론 분야 선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시설을 활용한 테스트베드 이외에 우리 시가 가진 역량과 잠재력 모두 미미(左左)한 실정이다. 시장이 나서 우리 시를 ‘최적의 테스트베드’로 홍보하고 있지만, (국방)드론 시설과 인프라는 타 시·군에 있고, 포천은 테스트만 지원한다면, 과연 우리 시에 어떤 이익이 될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본 의원이 누차 “불모지나 다름없는 드론산업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라리 섬유·식품산업 등 경쟁력 있는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특구를 조성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나 각계의 우려에도 집행부는 첨단국방드론산단을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할 뿐이다. 무엇이 지역의 백년대계를 위한 선택인지 숙고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집행부에 제안하고자 한다. ▲6군단 부지개발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6.1%가 “산업과 주거시설이 조화를 이룬 개발을 해야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전략과제로 ‘드론 등 첨단산업 육성’을 선택한 응답자는 2.7%에 불과했고, ▲집행부의 택지개발에 관한 질문에 응답자의 93%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결과를 종합하면, 드론 등 첨단산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희박(2.7%)하고, 택지개발에 동조하는 주민이 절대다수(93%)인 상황에서, 6군단 일대에 드론 산단을 조성하는 것은 결코 타당한 의사결정이라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집행부의 6군단 일대 개발, 특구 조성계획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70년 안보 희생의 상징에서 지역발전의 희망이 된 이 땅의 개발만큼은 반드시 주민 의사가 담긴 공론화가 있어야 한다. 집행부의 독선(獨善), 민의에 반(反)하는 정책의 종착지는 결국 역사의 심판과 시민의 진노임을 집행부는 상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