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中해군 굴기…‘美 러브콜’ K-조선 순항한다
美 해군 위협하는 中…세계 1위 선박 생산력 뒷받침 美, 中 견제 위해 ‘세계 2위’ K-조선 협력 필요성 확대 한화, 美 함정 MRO 수주 스타트…HD현대도 내년 참여
2025-09-24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조선업계가 미·중 갈등 속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중국의 해군굴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한국의 조선사들과 협력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들의 세계적인 경쟁력이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조선업에서 한국의 생산능력은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집계에 따르면 세계 상업용 조선시장 점유율은 중국(46.59%), 한국(29.24%) 순이다. 특히 친환경 선박 경쟁력에서는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이러한 국내 조선업계 생산능력은 미국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하다. 현재 미국은 상선 건조를 꾸준히 줄여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1% 미만에 그친다. 지난해 기준 미국 순위는 세계 19위다. 반면 중국은 최근 20년간 연간 미국 생산량의 3배 이상을 만들어냈다. 중국은 지난해 원양 선박을 미국(10척)보다 100배 많은 1000척 이상을 건조했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조선업 생산력 격차가 두 강대국의 해군력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동아시아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해군력을 급격히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대대적으로 해군 핵심 간부들을 교체하며 동아시아 해양 패권 장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해군력이 중국에 우위를 점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단순 전함 숫자만 높고 보면 이미 미국은 중국에 열세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이 운영하는 전함이 234척으로, 미 해군의 219척보다 많다. 전 세계 해양을 아우르는 미 해군 전력과 아시아 해양만 집중할 수 있는 중국의 상황을 고려할 경우 동아시아 해양에 영향력은 중국이 미국보다 우위라는 해석에 설득력이 실리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처지가 국내 조선사들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한국은 해양 지배력이 커지고 있는 중국에 필적하는 조선 역량과 노하우,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며 HD현대중공업의 경쟁력을 조명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 정부가 국내 조선사들과의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CSIS ‘초국가적 위협 프로젝트’는 미국이 한국 또는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보다 낙후된 조선업 생산력을 보완하자고 제시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미 하원 외교위원회의 인도·태평양 지역 강대국간 경쟁 관련 청문회에서 “미 해군 함정의 설계 및 건조 속도를 높이는 것이 우리가 향후 10년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이러한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카멀라 해리스 중 누가 당선돼도 바뀌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해군굴기에 대응하기 위핸 국내 조선사와의 협력은 민주당·공화당을 넘어선 초당적 ‘아메리카 퍼스트’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미국에서의 새로운 사업기회 중 가장 가시적인 것은 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이다. 이미 한화오션이 최근 미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하면서 물꼬를 텄다. 지난 2일 MRO사업을 위해 수주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은 창정비 수행을 위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했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대 미국 방산 시장을 집중 공략해 왔다.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함께 지난 6월 1억달러(1380억원)에 필리 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했다. 국내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 조선소 인수를 두고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새로운 해양치국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미국 조선업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알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HD현대에서도 조만간 미 함정 MRO 수주를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HD현대중공업도 MSRA 체결로 MRO 사업 입찰 자격을 획득한 상태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최근 미 함정 MRO 사업에 대해 “특수선 야드 가동 상황과 수익성을 봐서 조만간 저희도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찾은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 장관에게 “세계 1위 조선업을 영위하고 있는 노하우와 역량을 십분 활용해 미국과 다양한 협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