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범죄에 악용되는 첨단기술… 경제·일상 안보에 ‘비상’

서울경찰청, 딥페이크 성범죄 10건 중 7건 10대 청소년 소행으로 확인 올해 8개월 간 통일부·산하기관 대상 사이버 공격 시도 총 2313건 금융 서비스 산업, 2년 연속 빈번하게 디도스 공격 표적

2024-09-25     이용 기자
지난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첨단기술의 발달에 따라 범죄 접근성도 함께 높아지면서 경제계는 물론, 일상사회마저 위협받고 있다.

25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서울서 최근 한달간 발생한 딥페이크 성범죄 10건 중 7건은 10대 청소년들의 소행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은 "허위영상물 집중 TF를 구성해 지난달 말부터 집중 단속 중"이라며 "현재 126건을 수사 중이며 피의자 74명을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피의자는 연령대별로 10대가 51명(69%)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21명(28%), 30대가 2명(3%)이었다.

딥페이크는 딥 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혼성어로, 인공 지능을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이다. 촬영된 인물의 얼굴에 다른 인물의 얼굴을 덧씌우는 첨단기술로, 본래 영화 및 영상 편집업계에서 주로 활용됐다. 그러나 최근 관련 기술이 일반 대중에게도 보편화되면서, 성인 동영상에 연예인 혹은 지인의 얼굴을 합성하거나 가짜 뉴스와 금품 사기에 사용돼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청소년은 구체적인 금전요구 없이 단순히 ‘재미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잇따라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날 딥페이크 성 착취물 피해자를 협박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A군 등 고등학생 2명을 입건했다.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구한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들을 협박한 혐의다. 이들은 금전 등 별다른 요구 없이 재미 삼아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과 더불어 국가 기관을 향한 사이버 공격도 이어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8개월 간 통일부와 산하기관 대상 사이버 공격 시도는 총 2313건에 이른다.

또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의 인터넷 현황 보고서를 살펴보면, 금융 서비스 산업은 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디도스 공격의 표적이 됐다. 금융 기관을 겨냥한 위조 도메인은 전체 피싱 사례의 68%를 차지하고 있으며, 브랜드 사칭은 24%에 달했다. API를 통한 애플리케이션 표적 공격이 급증하고 있으며, 문서화되지 않은 섀도 API로 인한 보안 취약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현 시점에서 사이버 공격에 대한 관리 및 처벌이 강화돼야 하는 주요 이유는, 팬데믹 이후 일상생활과 산업 전반이 디지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방식이 보편화 되면서 사이버 공간으로 무대를 옮긴 지능 범죄의 수법 등이 더욱 다양해지고 고도화・지능화되면서 시민들의 피해가 잇따른다”고 현안을 짚었다.

다행히 딥페이크 범죄의 경우, 관련 사건 처벌 강화를 담은 일명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이 지난 23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향후 범죄 확산에 대한 억제제가 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보안회사 S업체 관계자는 “금융 사기, 성범죄, 기술 유출 등 범죄는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사이버 범죄는 과정이 첨단화돼 증거 확보도 어렵고 일반인의 접근도 간단해졌다. 첨단기술 활용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관련 범죄 처벌에 일관성을 갖춰야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