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은 총재의 ‘내로남불’

2025-09-25     서효문 기자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하거나 듣는 말들이 있다. ‘화이팅’, ‘최선을 다하자’, ‘넌 할수 있어’ 등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긍정의 말들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성격의 말들도 우리가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있다. 해당 단어들의 대표적인 단어가 ‘내로남불’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상반된 언행을 하는 인사에게 비판 또는 조롱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안타깝게도 최근 이 단어가 딱 들어맞는 고위 공직자가 있다. 그 인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다. 시발점은 24일 올라온 파이낸셜타임즈(FT) 인터뷰 기사다. 해당 인터뷰 기사에서 이 총재는 “서울의 폭주하는 주택가격을 견제하려면 수도권 중심의 대학 입학에 상한을 둬야 한다”며 “강남 지역에 밀집한 사설 입시 과외와 대학 입시 코치를 두고 벌어지는 학부모들의 치열한 경쟁이 집값과 대출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지방 지역의 인구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국내 상위권 대학에 지나치게 많이 몰려 있어 다른 지역 출신 지원자들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이 경제에 해를 끼치고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인터뷰가 공개되자마자 여론은 들끌었다. 서울 집값 폭등의 원인을 수험생 학부모에 있다고 말하는 인터뷰로 인해서 국민들은 이 총재의 인사청문회 당시를 끄집어내면서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의 인사청문회를 보면 국민들의 분노가 이해가 간다. 앞서 설명했듯이 서울 집값 상승 주범을 ‘수험생 부모’라고 직격한 그의 말과 삶의 궤적이 매우 모순되기 때문이다. 당시 청문회에서 직접받은 내용은 이 총재 세자녀의 등록금이었다. 지난 2009~2020년까지 이 총재는 세 자녀의 학비로 168만달러(당시 한화 20억6000만원)을 지출했다. 그는 세 자녀가 다닌 필리핀 마닐라 국제학교, 미국 보스턴 월넛 힐 예술학교, 세인트 제임스 스쿨, 시카고 예술대, 라이스대, 미들버리대 학비와 기숙사 비용을 더해 추산한 수치라고 언급했다. 또 “해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말했다. 이 총재의 파이낸셜타임즈 인터뷰와 인사청문회 당시 지적을 모두 고려하면 이렇게 반박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면 되지 않았겠느냐?”라고 말이다. 해외에 있어서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유를 들었지만 자녀 모두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해외에 있어서 어쩔수 없었다”라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자신은 불가항력적으로 자녀들을 해외 유학시켰다고 말하면서 왜 국민들은 수도권 상위권 대학에 보내는 것을 상한을 둬야 한다고 꼬집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많은 고위 공직자가 국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궤변’을 말하고 있지만, 가계부채 관리에 있어 나름 합리적인 발언을 해왔다고 생각하는 이창용 총재가 저런 말을 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 해당 발언으로 인해 그동안 이 총재의 가계부채 관리 노력은 많은 부분 희화화될 것이며 윤석열 정부의 ‘내로남불’의 또 다른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해 씁슬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