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장 홀대 청약통장, 정부 손질에도 무용론 여전

새 아파트 공급 줄고 로또급 확률 볼멘소리 통장 해지 급증에 주택기금 건전성 우려↑ 땜질식 보완 대신 대대적 제도 개편 필요

2025-09-25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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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새 아파트 공급이 줄고 선호 입지에서는 로또급 확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택청약통장 활용성이 떨어지면서 통장 해지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청약통장 금리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배우자 가점을 인정하는 등 보완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주택도시기금 소진을 막기 위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청약종합저축 금리가 지난 23일부로 0.3%포인트(p) 상향됐다. 기존에는 △가입기간 1개월 초과~1년 미만일 경우 2.0% △1년 이상~2년 미만일 경우 2.5% △2년 이상일 경우 2.8%씩 이율을 적용받았는데 앞으로는 0.3%p씩 상향돼 각각 2.3%, 2.8%, 3.1% 금리가 적용된다. 청약통장 금리가 인상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이번이 세 번째다. 정부는 2022년 11월 0.3%p, 2023년 8월 0.7%p씩 청약통장 금리를 높인 바 있다. 이번까지 포함해 청약통장 금리는 총 1.3%p 인상된 것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올들어 민영주택 청약 가점에서 배우자의 청약 가입기간 점수를 최대 3점까지 인정하기로 했다. 또 가점 동점 시 장기 가입자를 우대하고 미성년 가입인정 범위를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한편, 3자녀였던 다자녀 특별공급 자격을 2자녀로 변경했다.  아울러 2년 이내 출산한 자녀에 대한 신생아 우선공급을 신설했고, 당첨자 발표일이 동일한 아파트에 중복 당첨되면 기존 동반 탈락에서 부부 중 한 사람을 구제하기로 했다.  오는 11월부터는 월 납입 인정액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오른다. 납입인정액 조정은 1983년 제도 도입 후 41년만으로, 인정액이 높아지면 공공주택 분양에서 납입 기한이 길지 않은 청년층의 당첨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이처럼 정부가 청약통장 혜택 확대에 집중하는 이유는 통장 해지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545만7228명으로 전월(2548만9863명) 대비 3만2635명 줄었다. 1년 전(2581만5885명) 대비 35만8657명이 청약통장을 포기한 것이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급감하면서 작년 말 기준 청약저축 납입액은 14조9607억원으로 1년만에 3조5000억원 가량 줄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와 납입액은 주택도시기금 재정건전성과 직결되고, 이는 신규 임대주택 공급과 서민 저리 대출 등 정부 주도의 금융정책 운용 차질 및 서민들의 주택 마련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쏟아내는 양상이다. 다만 이 같은 정부의 처방은 극약 처방이 아닌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저출산·1인 가구 증가로 청약 가점 대상 가구가 줄고 당첨 자체가 어렵다는 인식이 20~30대 청년층에서 확산하고 있는 데다 잇단 분양 원가 상승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를 제외한 상당수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면서 별다른 혜택이 없다는 무용론이 주를 이루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청약통장 가입·해지 추세를 봐가면서 부랴부랴 혜택을 늘릴 게 아니라, 사회 구조 변화에 맞는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납입총액이 적용되는 국민주택과 가점제 형식의 민영주택의 차이를 두지 말고, 청년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가점제를 폐지하는 게 맞다"면서 "일반공급의 절반을 국민주택처럼 매월 성실히 납입해 납입총액이 큰 무주택자들에 혜택을 주고, 나머지 절반은 공평하게 추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배려가 필요한 계층을 위한 생애최초·신혼부부·신생아·다자녀·노부모부양 등의 특별공급은 소득·자녀수 등에서 배제하고, 최소 자격요건을 충족하면, 특공의 50%를 납입총액에 따라 선정하는 한편, 나머지 50%는 추첨으로 선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