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환경설비 비용 부족”…충분한 시간에도 앓는 소리
NOx 배출기준 110ppm까지 단계적 감소 개정안 통과에 반발 ESG 경영 선언과 가격인상 따른 이익 상승으로 진정성 지적도
2025-09-26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시멘트업계가 환경설비 비용 부족을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진정성 부족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멘트업계에 대한 환경규제가 일부 강화됐다.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규제가 소폭 강화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시멘트업계는 관련 설비 구축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해도 비용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제도 적용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앓는 소리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시멘트업계는 지난 25일 NOx 배출량 감축을 골자로 한 정부 규제가 부담된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정부의 지난 13일 충북지역 시멘트업체 NOx 배출량을 2025년 135ppm에서 2029년 110ppm까지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멘트업계는 해당 개정안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올해 예상 순이익을 모두 환경영향 저감을 위한 설비개선에 투자해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규제기준의 강화는 결국 생산 중단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며 “국내 시멘트업계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배출규제라고 입을 모은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규제 강화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시멘트업계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단순히 비용이 부족하다는 점은 준비 기간이 주어진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 생산중단이라는 발언까지 내뱉었지만, 시멘트 수입이 논의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꼼수 형태로 사용한 사례도 비판받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2020년 9월 각 시멘트업체에 미세먼지 저감에 획기적인 효과가 있는 선택적촉매환원설비(SCR)를 설치·운영하도록 권고했다. 13곳의 공장은 1104억원의 자금을 저리로 빌렸다. 하지만 SCR를 설치한 공장은 없었다. 선택적비촉매환원설비(SNCR)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SNCR는 NOx 제거 효율이 30~70% 수준인 반면, SCR의 효율은 90%에 달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았음에 불구하고, 권고사항에 따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스스로의 숨통을 조이는 발언도 주목받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그간 ESG 경영을 전면에 내세워 이미지 개선을 펼친 바 있다.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소각 사용해 쓰레기를 줄인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해당 사업을 펼친다고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취지만 본래 목적에 부합하고, 결과는 숨긴 반쪽짜리 ESG에 불과했다. 제품 가격을 인상에 따른 이익도 양면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2017년 시멘트 가격은 t당 약 7만5000원이었다. 사실상 지난 7년간 60%나 증가한 셈이다. 가격 인상을 바탕으로 출하량이 감소했음에 불구하고 이익이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최소한의 이익 감소 현상 없이 자금이 부족하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모양새다. 이번 개정안도 급진적인 제도개선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 국내 대기오염물질 측정기준의 표준산소농도는 13%다. 농도가 높을수록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적게 나타난다. 시멘트업계가 폐기물 소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교한 독일에서도 표준산소농도 기준은 10% 수준이다. 기준의 통일 없이 필요한 부분만 요구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환경시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권고사항도 듣지 않는 시멘트업계가 이번 개정안에 수긍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예상대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간 언급한 발언들이 발목을 잡게 됐고, 이미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완화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