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동떨어진 ‘물가안정대책’…국민 시름만 깊어진다
정부 5개월째 물가안정 시각 강화로 낙관론 유지 中 ‘히트플레이션’ 농수산물 가격 급등해 체감 물가 높아
2025-09-26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정부가 물가안정대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통계와 국민의 체감 물가 간의 간극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식탁 물가 급등으로 국민들이 느끼는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5일(현지시각)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1%에서 3.2%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의 경우 올해 경제 성장률 2.5로 전망하며 지난 5월 전망한 2.6%보다 0.1%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 전망치인 2.6%보다 낮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8월 소매판매 지수(100.6)는 팬데믹 시기 셧다운으로 소비가 급감했던 2020년 7월(98.9)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소매판매가 4년 전 수준으로 가라앉았다는 지표가 나왔지만, 정부는 내수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경기 진단을 5개월째 이어가며 낙관론을 유지 중이다. 정부는 물가에 대해 7월 ‘물가안정’에서 8월 ‘전반적 물가안정’, 9월엔 ‘물가 안정세 확대’ 등으로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정부의 물가 관리 목표치인 2.0%까지 하락했다. 지난 7월과 비교해 0.6%포인트 하락하며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나타내는 등 통계상으로 물가는 안정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와 비교한 수치라 기저효과가 깔렸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20년 0.5% 수준이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5.1%, 2023년 3.6%로 가파르게 올랐다.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소비자물가 누적·연 환산 상승률은 각 12.8%, 3.8%로 2010년대(연 환산 1.4%)의 두 배를 웃돈다. 최근 3년간 누적된 물가 상승분이 워낙 크기 때문에 체감하는 물가 수준 자체가 높은 상황이다. 정부의 물가안정거래 정책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장바구니 물가안정을 위해 특별 조치를 지시한 뒤 공정위가 장바구니 물가안정 대책에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 담겼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가 정리한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크게 장바구니 품목 관련 법 위반 행위 조사·제재, 민생 밀접 분야 불공정 행위 관계 부처 공동 모니터링, 주류·제빵 산업 규제 개선을 위한 간담회 개최, 가성비 제품 비교정보 영상 제작·배포 4개 항목으로 나눴다. 공정위는 이를 유관부서에 전달했고, 이행 여부에 대해선 모두 ‘추진 완료’라고 밝혔지만, 지시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집단휴진에 대한 현장조사’,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등 제어감시 시스템 입찰담합 제재’ 등 장바구니 물가와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천준호 의원은 “의료계와 충돌이 장바구니 물가안정 대책이라니 참담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무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 올해는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며 ‘히트플레이션’이 밥상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5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 가격은 9383원으로 평년(6916원)보다 35.7%가량 뛰었고 시금치 가격은 두 배 이상 올랐다. 외식물가도 39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