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후플레이션’ 채소 가격 폭등…김치 대란 우려

배추 가격 폭등…政 중국산 배추 투입 동나는 포장김치…온라인선 품귀 현상

2025-09-26     강소슬 기자
올해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 현상에 따른 채소 가격이 폭등해 다가오는 김장철 '김치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를 통해 중국산 신선 배추를 수입하고 이를 시장에 공급해 배춧값 상승세를 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배추 수입은 2010년 이후 다섯 번째로, 정부는 한시적으로 배추에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오는 27일 첫 물량으로 16t을 중국에서 들여와 도매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수입된 배추는 일반 가정용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수입 배추는 주로 외식업체와 식자재 업체로 공급됐다. 전날(25일) 기준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은 9383원으로, 평년 가격인 6916원보다 35.7% 상승했다. 배춧값은 지난 8월 7000원대에 진입한 후 최근 9000원대에 도달했으며, 일부 전통시장에서는 한 포기에 2만원을 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시금치 가격 또한 100g당 3201원으로 평년 1596원 대비 100.6% 급등했다. 이는 현재 출하되는 여름 배추가 폭염과 가뭄으로 작황이 부진해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배추와 시금치는 대표적인 저온성 채소다.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추분을 앞두고 지난 19일까지 9월 폭염일수는 5.5일로, 1973년 기상 관측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할 만큼 폭염이 지속됐다.  특히 주 생산지인 강원 지역의 기온은 30도를 넘어섰다. 배추의 생육 적정온도는 18~20도 수준인 만큼 고온다습한 기후에 취약해 올해 품질도 떨어져 배추의 가격을 올렸다. 또한, 여름배추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5.3%, 평년보다 4.9% 축소되면서 생산량도 지난해보다 6.6%, 평년보다 8.5% 각각 줄어든 점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슈 노트에 따르면 이상기후는 지난해 이후 식료품과 과일, 채소 등 생필품 물가 상승에 10% 정도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러한 기후플레이션이 지속되면 2040년까지 농산물 가격은 0.6~1.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추 가격이 껑충 뛰자 직접 김치를 담그는 대신 포장김치를 찾은 소비자가 늘었다. 대형마트는 물론 온라인 매장에서 포장김치들이 잇따라 품절되는 일도 벌어졌다. 대상 종가 김치와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의 지난달 배추김치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0% 넘게 증가했다. 1위 대상과 2위 CJ제일제당은 1조8000억원 규모의 국내 포장김치 시장에서 합계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포장김치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상과 CJ제일제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에서는 전날 50개 넘는 상품이 일시적으로 품절됐다. 대형마트에는 김치 상품이 조기에 품절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가을장마 후 기온이 떨어지면 생육 상황이 나아져 가격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후위기에 따른 폭염과 폭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정부는 단기적인 대책이 아닌 농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