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글로벌 AI·모빌리티 전쟁…승자독식 사라진 ‘윈윈’ 협력 시대로

삼성·SK, 엔비디아와 HBM 협력…AI 반도체 생태계 선점 삼성, 메타·아마존·퀄컴과 논의…SK, TSMC와 협업 생산 현대차, 경쟁사 GM과 사업협력…생산부터 기술·개발까지

2024-09-26     이상래 기자
(왼쪽부터)실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개별 기업의 혼자 힘으로 AI,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홀로 승자독식을 노리기보다는 협력을 통한 ‘윈윈(Win-win)' 구상을 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광범위한 사업 협력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 AI 협력은 삼성·SK와 엔비디아의 고댁역폭메모리(HBM) 분야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선두주자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에는 HBM가 탑재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고사양 HBM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HBM3E 8단 제품을 3분기 내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하고, 12단 제품도 하반기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은 최근 타운홀미팅에서 “경쟁력 회복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잘 도출됐다”며 “이제는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에서 삼성전자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HBM 5세대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해 올해 안으로 주요 고객사에 납품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 HBM 5세대 제품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AI반도체에 들어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이었다.

삼성·SK의 AI 협력이 엔비디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메타, 아마존,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메타와 AI,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에서 사업협력을 논의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메타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메타가 자체 AI 반도체 ‘MTIA’ 물량 일부를 TSMC에서 삼성전자에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방한해 “삼성은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요한 협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메타와의 AI 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아마존과도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추가 협력을 논의 중이다.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컴퓨터 회사인 아마존은 자사의 클라우드 아마존웹서비스(AWS) 사업에 AI 서비스를 접목 중이다. 삼성전자는 아마존 자체 AI 반도체 ‘트레이니움’에 HBM을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과도 AI PC 분야 등 AI 반도체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선점을 위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서 TSMC가 개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OIP) 포럼'에 참가한다. SK하이닉스는 HBM 품질과 신뢰성 향상을 위한 패키지 내 2.5D 시스템에 대한 TSMC와의 공동 연구에 대해 발표한다. SK하이닉스는 최첨단 6세대 HBM을 TSMC와 협업해 생산할 계획이다.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은 “베이스다이에 로직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하는 HBM4는 TSMC와 협업을 통해 생산할 예정이며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GM과의 협력을 시작으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경쟁사간 협력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전날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수소 전시회 'H2 MEET 2024'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합종연횡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대차도 GM과의 협력에 이어 외부 제휴를 계속 주도해 나갈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토요타, 폭스바겐과도 수소 협업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토요타와 BMW는 수소차 동맹을 맺었다.

현대차는 GM과 지난 12일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현대차는 향후 GM과 주요 전략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며 생산 비용 절감, 효율성 증대 및 다양한 제품군을 고객에게 신속히 제공하기 위한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양사의 잠재적인 협력 분야로 승용·상용 차량, 내연 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 및 생산 부문을 꼽았다. 심지어 배터리 원자재, 철강 및 기타 소재의 통합 소싱 방안 등 공동 공급망 구축까지 고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