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금융지주 회장단 회동…가계대출 관리·내부통제 압박 전망

30일, 금융위원장 취임 후 금융지주 수장들과 첫 회동 가계부채·금융사고 관리 관련 쓴소리 예상...금융권 긴장

2024-09-26     이광표 기자
김병환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실시한 첫 릴레이 간담회의 마지막 일정인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연이어 불거진 금융사고로 내부통제가 어느 때보다 관심대상으로 오른 가운데, 5대 은행의 은행장들이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오는 30일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첫 공식적인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애초 이번 간담회는 이달 11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국회 대정부질의 일정과 겹쳐져 미뤄졌다.

지난 7월 취임한 김 위원장은 상견례 겸 현안 논의 차원에서 은행장을 시작으로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오고 있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단의 간담회가 우선적으로 진행되지만, 이번에는 마지막 일정으로 미뤄졌다. 김 위원장은 그간 금융업권별 간담회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만큼, 이번 간담회에서도 문제를 과감히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간담회에는 가계부채 관리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올해 초부터 가계대출은 금리인하 기대감과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로 급증하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월 4조1000억원, 5월 5조3000억원, 6월 4조2000억원, 7월 5조2000억원, 지난달 9조8000억원 등으로 5개월 연속 느는 추세다. 지난달에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하기 전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대출 증가폭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단기실적주의를 추구하며 자체적으로 수립한 대출 연간계획을 훨씬 초과한 것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당국은 올해 연말까지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DSR 규제 범위를 확대하거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축소 등 고강도 규제를 검토할 계획이다. 또 은행별 평균 DSR 한도도 조일 방침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잇따른 금융사고로 부실한 내부통제가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특히 우리금융에서는 지난 6월 180억원 횡령이 적발된 데 이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게 350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내준 사건까지 적발됐다.

이 외에도 NH농협은행은 지난 3월 109억원, 5월 2건에 걸친 64억원 규모의 배임사고와 지난달 121억원 규모의 횡령이 발각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간담회에서도 김 위원장이 지배구조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금융사고를 예방하고자 내부통제의 명확한 책임을 묻는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을 앞둔 만큼 적극적인 준비를 요청하는 발언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전날 은행권 최초로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했으며, 같은 날 KB국민은행도 책무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5대 은행의 은행장들이 올 연말 임기만료를 앞둔 만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당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만남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을 향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발언을 내비쳤다. 그는 “횡령, 부정대출 이슈 관련 우리은행과 지주에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서는 금융권의 신뢰가 크게 저하되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며 “금융위원장으로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은 전임회장의 부정대출의혹으로 큰 논란을 빚는 와중에 최근 동양·ABL생명의 인수를 진행했다. 이에 최종 인수합병 승인이 금융위의 결정사안인 만큼 김 위원장의 메시지도 주목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 과정과 관련해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당국과 소통했어야 하는데 그런게 전혀 없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