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4법·25만원법·노란봉투법 재의결 무산···폐기 수순
26일 본회의···출석 3분의 2 찬성표 안 나와 與 추천 인권위원 선출 불발에 여야 충돌도
2025-09-26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26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재의결이 무산됨에 따라 이들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방송 4법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섰으나 모두 부결됐다. 재석 의원 299명이 모든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방송법은 가 189표, 부 107표, 무효 3표, 방문진법은 가 188 부 109표, 기권 1표, 무효 1표였다. 교육방송법은 가 188표, 부 108표, 무효 3표로, 방통위법은 가 189, 부 108, 무효 2표였다. 25만원 지원법은 가 184표, 부 111표, 무효 4표였으며 노란봉투법은 가 183표, 부 113표, 기권 1표, 무효 2표였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까다로운 재의결 요건이 걸림돌이 됐다. 여야 의원 전원이 표결에 참여할 시 재의결에는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여당 의원 108명 전원 반대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 법안'의 재의결은 불가능하다. 방송 4법은 기존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다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 개정안을 추가한 것이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KBS·MBC·EBS)의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원 4인 이상이 출석해야만 방통위 회의를 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총선 공약인 25만원 지원법은 전 국민에게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되, 기준에 따라 25~35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조항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방송 4법'을 '야권의 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조장법'으로, '25만원 지원법'은 '위헌적이면서 효과는 미비한 현금살포법'으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다. 재표결에 돌입하는 과정조차 순탄치 않았다. 재표결에 앞서 여당이 추천한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후보자 선출안이 찬성 119표, 반대 173표, 기권 6표로 부결되면서 여당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 여파로 본회의는 30분 넘게 정회됐다. 야당이 추천한 이숙진 후보자 선출안은 찬성 281표, 반대 14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본회의 속개 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한 후보자 선출안을 부결시킨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배 원내수석에 따르면 여야 원내수석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양당이 추천한 국가인권위원 후보자를 선출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배 원내수석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기를 당할 줄 몰랐다"며 "여야가 중요한, 단 한 가지 약속도 지킬 수 없는데 우리가 국회에서 공존할 수 있겠느냐"고 민주당을 질타했다. 그러자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오히려 "국민이 윤석열 정권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정권의 인사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건 입법부밖에 없다"고 한 후보자 선출안 부결의 당위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