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노량진 수산시장과 뉴타운

2025-10-06     김승현 기자
김서준(土美)
필자는 최근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 해산물을 구매했다. 서울수도권에서 가장 큰 수산물시장 중 한 곳이 노량진 수산시장이다. 오랜만에 방문한 터라 단골 가게가 없어 1층 판매장 어느 가게에서 생물 오징어와 흰다리새우를 샀다. 그런데 왠지 파리가 날아다니고 아이스팩도 없이 검정 비닐봉지에 생물을 휙 넣어주는 것이 맘에 걸렸다. 재래시장이고 가격이 저렴해 뭐라 할 수 없어서 그냥 집으로 왔지만, 집에 와서 보니 역시나 역한 냄새가 났다. 깔끔하게 손질돼 유통기한과 원산지가 표기된 신선식품을 구매했던 도시 사람인 나에겐 ‘역시 나는 대형마트 체질이야’라며 재래시장과는 더는 연을 맺지 않게 된 사건이 돼버렸다. 모든 점포 생선이 그렇지 않겠지만, 괜히 맘이 상했다. 혹시 외국인 방문자가 상한 생선을 먹게 되거나 수산시장을 처음 방문한 어린아이 기억에 나쁜 인상을 심어주면 어쩌나 하는 별별 기우(杞憂)가 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나 브랜드 있는 제품을 온라인으로 이용하는 데 익숙한 요즘 사람을 재래시장으로 이끌기 위해선 최소한 마트와 같은 수준의 위생과 포장 및 결재가 필요하다. 도매가 아닌 소매로 ‘도시 속 어촌마을’이란 콘셉트를 정한 노량진 수산시장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대형마트보다 신선 혹은 저렴하거나 등 이유가 붙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1971년 세워진 노량진 수산시장은 2014년 현대식 건물을 지으며 과거의 모습을 지우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수협으로 현대화사업 주도권을 넘기며 시장상인들과의 갈등은 증폭됐다. 공공이 제공할 수 있거나 뒷받침해줄 수 있는 배경이 없어진 채 자본과 이윤만 남은 시장은 철저히 ‘돈’만 존재한다. 돈이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돈만 남아야 하는 시장은 차고 메마르다. 냉혹한 이익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신시장 현대화사업’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 시장은 공판장과 현대적인 편의시설이 공존하며 그 공간을 채우고 있다. 험한 전쟁을 치른 시장의 오늘은 과연 서울시민이 원하는 모습이 됐는지 의문이다. 공공도매시장이 갖춰야 할 안전과 위생 및 기준이나 즐거움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을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성지에서 공무원 인기감소 및 채용인원 축소로 공시생이 떠나자 노량진은 쇠락하기 시작했다. 여의도가 부럽지 않았던 노량진 뉴타운 사업지는 수산시장과 어떻게 융화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뉴타운 완성 시 서울 서남권 대표 주거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는 노량진은 고시촌이나 컵밥 수산시장 등 기존 이미지를 뒤엎고 한강과 여의도 및 업무지구로의 색다른 변신을 꿈꾸고 있다. 도시 내용과 규모가 메가급으로 바뀌는 과정을 여러해와 여러지역에서 경험하게 되는 일은 흔하지 않은 듯하다. 서민 주머니 사정을 들어주며 서비스로 나오는 홍합국을 메인 안주로 삼아 들이키던 수산시장에서의 소주 한 잔 기억은 이제 서울시민 어디 한 곳으로 묻어둬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