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추격 유튜버 논란… 정의구현인가, 돈벌이 수단인가

 광주서 음주 의심 추격 당하던 운전자 사망… 사적 제재 콘텐츠 논란  법적 절차 뛰어넘는 '참교육' 콘텐츠, 공권력 신뢰 회복 필요성 커져

2024-09-29     손봉선기자
광주

매일일보 = 손봉선 기자  |  광주에서 유튜버에 쫓기던 음주운전 의심 차량 운전자가 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며, '사적 제재' 콘텐츠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 스스로 나서 범죄자를 응징하는 이러한 행위는 공권력을 대신한 정의 구현인가, 아니면 자극적인 콘텐츠를 통한 돈벌이 수단인가에 대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광주경찰청은 29일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추격하며 생중계한 유튜버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2일 새벽 3시 50분경 광주 광산구 월계동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30대 남성 B씨의 차량을 쫓았다. A씨와 그의 구독자들이 몰던 차량 세 대가 뒤를 따랐고, 이 추격전은 A씨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이를 지켜보던 수백 명의 시청자는 음주 운전자를 잡아내는 '참교육'의 과정을 목격하게 됐다. 그러나 B씨는 추격을 받던 중 광산구 산월동에 주차된 트레일러를 들이받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B씨의 사망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다. 사적 제재 콘텐츠가 초래한 비극적 결과로, 이러한 추격이 과연 정의 구현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됐다. 유튜버 A씨는 '음주헌터'로 불리며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찾아내 쫓고, 경찰의 음주 단속 과정을 생중계하는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그 과정에서 음주운전을 적발하는 순간을 시청자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후원금을 받았다. A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여러 차례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지난해 12월, 광주 북구에서 음주 의심 차량을 뒤쫓는 장면을 촬영하다가 다른 차량들의 통행을 방해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운전자가 음주운전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 사건도 있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또 다른 음주운전자를 생중계하는 도중 폭행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유튜버 A씨와 같은 '사적 제재' 콘텐츠를 두고 여론은 크게 갈리고 있다. 일부는 "공권력이 미진하니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이고, 그 결과 사적 제재가 나타나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운다. 사법체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거나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이러한 콘텐츠가 시민들의 답답함을 대변해 준다는 것이다. 특히 음주운전과 같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된 범죄에 대해서는 그 응징이 더 강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반면,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피해자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장사치일 뿐"이라는 비판은 사적 제재의 본질적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들은 유튜버들이 정의 구현을 내세우며 구독자 수와 후원금을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특히 이러한 추격이 실제 범죄 해결로 이어지기보다는 2차 피해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 사건에서처럼 사적 제재 과정에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비극적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적 제재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면서도, 이를 부추기는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사람들이 '참교육'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려는 측면이 크다"며 "공적 제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야 사적 제재를 통한 정의 구현의 요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적 제재 콘텐츠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활개를 치는 배경에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더 많은 조회수를 끌어모으는 플랫폼의 특성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제공자들이 이러한 콘텐츠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명확한 제재 규정과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적 제재 콘텐츠가 법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플랫폼 차원에서의 책임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사적 제재가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는 수단인지, 아니면 돈벌이 수단에 불과한지를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다. 음주 운전이라는 중대한 범죄에 대한 분노는 공감할 수 있지만, 그 해결 방식이 자칫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이번 비극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