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 증시, 밸류업 하려면 고질병부터 고쳐야
2025-10-04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정부는 현재 한국 기업의 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그 일환으로 코리아밸류업지수도 최근 공개했다.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연내 상장할 계획이다. 뚜렷한 사업성과를 내고 있으며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을 종목에 편입했다고 한국거래소는 밝혔다.
지수는 시가총액뿐만 아니라 수익성, 주주 환원 등 다양한 조건을 만족한 100종목으로 구성됐다. 기준은 크게 다섯 가지로 △시장 대표성 △수익성 △주주 환원 △시장 평가 △자본 효율성 등을 갖춘 기업 100곳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됐다. 시가총액 10위 기업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시장은 밸류업지수에 대한 실망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달 30일, 정식 산출일에 지수는 수익률이 2.8% 하락했다.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종목의 유사성을 들어 지수 ETF가 코스피200 지수 등을 추종하는 ETF와 차별화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따른다. 금융 대장주 KB금융, 상장 직후 시총 2위를 기록했던 LG에너지솔루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대형 종목이 빠진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지수 선정 기준이 공정했는지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수에 편입된 일부 종목을 두고 일각에선 “왜 이런 종목이 편입됐을까. 뭔가가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또 기준 자체가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을 실시했는지 여부만 기준으로 고려해 배당 수익률이 낮은 종목이 포함됐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증권가는 이번에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기업이 지수에 진입하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더 강화할 것이 예상된다며 이들 기업에서 투자 기회 찾아야 한다는 제언까지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기자 간담회를 통해 “내년 6월 정기 변경보다 앞서 올해 안에 구성 종목을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변경보다는 애초에 제대로 종목을 구성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을까. ‘땜질’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은 금융 선진국을 무작정 벤치마킹해 무리하게 따라가기보다는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 현재 금융투자소득세, 쪼개기 상장, 공매도 등 사안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한국 증시에서 등을 돌린지 오래다. 외인들은 최근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증시가 밸류 다운이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진정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