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쩐의 전쟁' 장기화 전망…'승자의 저주' 우려
MBK·영풍, 공개매수가 83만원으로 재차 인상…최윤범 회장에 맞불 변수는 세금 차이…MBK 양도소득세, 고려아연 배당소득세 각각 적용 양측 '치킨 게임'에 시장 전체 왜곡…고려아연 주가 3주새 40% 폭등
2025-10-06 서영준 기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에 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더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자 MBK·영풍이 동일 조건·가격으로 맞불을 놓으면서다. 재계에선 누가 이기더라도 막대한 비용 부담 탓에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최근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올린다고 정정 공시했다. 동시에 최소 매입 수량 6.98% 문구도 삭제하고 최대 매입 수량인 14.61%만 남겨놨다. 이는 최 회장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와 같은 가격, 같은 조건이다. 영풍·MBK 연합이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하면서 오는 6일 종료 예정이었던 공개매수기간은 오는 14일로 연장됐다. MBK 측은 "시장에서 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 등 법적리스크가 많고 회사 및 남은 주주들에게 재무적 피해를 끼친다는 점이 충분히 인식, 이해되기 위해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건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MBK·영풍 연합의 맞대응에 다시 대응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7일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 이사회를 열어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 인상과 인수 수량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최 회장이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고려아연이 2조7000억원, 베인캐피탈이 4000억원을 부담하는 구조다. 고려아연에서는 자기자금 1조5000억원, 차입금 1조2000억원을 통해 자사주 매입에 대응한다. 고려아연이 하나증권·메리츠증권·KB증권 등으로부터 확보한 차입금은 1조7619억원이어서 아직 5000억원 수준의 여유가 있다. 여기에 회사채 자금 1조원까지 더하면 1조5000억원 수준의 실탄이 남았다는 게 고려아연 측 설명이다. 양측의 공개매수가와 조건이 맞춰지면서 세금 문제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는 결국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으로 주주들도 양도소득세가 아닌 배당소득세가 적용된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는 15.4%가 적용되고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어서면 종합과세에 따라 최고 세율이 49.5%에 달할 수 있다. 해외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소득세가 적용되면 10~22.5%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반면 MBK가 진행하는 일반 공개매수는 0.35%의 증권거래세와 거래차익의 22%를 양도소득세를 내면 된다. 해외 기관투자자는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도 내지 않는다. 배당소득이 적은 소액 투자자에게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유리할 수 있지만 대형 투자자라면 MBK의 공개매수가 유리하다.다만 양측의 '쩐의 전쟁'이 격화하면서 누가 이기든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쟁 과정에서 조달한 자본의 이자 부담, 투자자들에게 보상해줘야하는 최소 수익 등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또 기업 본래 가치와 무관하게 시장 전체가 왜곡되고 있다. 고려아연 주가는 최근 3주 새 39.6% 폭등했다. 지분 경쟁의 승부처로 꼽히는 핵심 자회사 영풍정밀의 시가총액도 이 기간 1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3.3배로 커졌다. 장기간 공개 매수 대결 이후 고려아연이나 영풍정밀의 주가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면 이 기간 투자에 나선 개인들의 피해도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