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비사업 활성화 지속 관건, 공사비·추가 규제완화
공사비 증액 갈등에 사업 포기·시공권 박탈 속출 시공 원가 오름세 여전…"분상제·토허제 등 부담"
2025-10-06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건설업계가 2년가량 이어온 '선별수주' 기조에서 벗어나 최근 적극적인 수주 자세를 취하는 가운데 서울·수도권 도심 새 아파트 공급의 원천(源泉) 역할을 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공사비 급등 문제 해결과 추가 규제 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을 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건설공사비지수는 130.10포인트(잠정)로 1년 전보다 2.18% 상승했다. 올해 들어 공사비 인상 폭이 안정·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예년에 비해 공사비 부담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 도심 등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의 지난달 기준 기본형 건축비는 1㎡당 210만6000원으로 6개월 전보다 3.3% 상승했다. 이는 2021년 동기간(3.4%)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수준으로, 2022년 9월 190만4000원 대비 2년 새 10.6% 올랐다. 기본형 건축비는 택지비·택지 가산비·건축 가산비 등 분상제 아파트의 분양가를 구성하는 주요 항목으로,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레미콘 등 주요 자재비와 노무비 인상 등이 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비 상승은 건설사들의 원가율(매출 대비 원가 투입 비율) 급등에 따른 실적 악화는 물론,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10대 주요 건설사들의 평균 원가율은 94.3%(각사 전자공시 기준)에 달한다. 이들 건설사 10곳의 상반기 기준 평균 원가율은 2021년 87.4%에서 2022년 90%를 넘어선 뒤 줄곧 치솟고 있다. 자재를 자체적으로 대량 매입해 사용하는 비중이 높은 대형 건설사와 달리 현장별로 각각 조달하는 형편인 중견·중소 건설사들 가운데 원가율이 95%를 훌쩍 넘어선 곳도 다수 확인된다. 업계에서 판단하는 적정 시공 원가율이 80~85% 전후인 점에 비춰볼 때, 과도한 원가 투입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부채 증가 양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공사 중인 전국 정비사업장 곳곳에선 시공사와 발주처(조합) 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사 지연과 무기한 중단, 시공 계약 해지·교체 등 잡음도 증폭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부산 괴정5구역 △인천 부개4구역 △서울 노원 상계5구역 △서울 성북 장위4구역 등이 발주처와 시공사 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시공사를 다시 선정 했거나 재선정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업계 안팎에선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공공 기여분 완화 등 재건축·재개발 추진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최근 정비사업 수주 분위기가 개선된 점과 달리 서울 외곽은 물론 최선호 입지에서도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거나 경쟁 없는 단독·수의계약 등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정비 활성화와 공급 확대를 위해선 공사비 문제 해결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서울 시내에서만 용산구 한남5구역, 산호아파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 송파구 마천3구역, 영등포구 신길2구역, 광진구 자양7구역, 동작구 사당5구역, 서초구 방배7구역 재개발 등에서 공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건설사가 아예 없었거나 2개 이상 업체간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 국회에서도 재초환 폐지법 및 재개발·재건축 패스트트랙 등 규제 완화 관련 법 통과를 논의 중이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김은혜 의원은 지난 6월 초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지만 좋으면 덮어놓고 나서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십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헛심 공방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공사비와 금융 조달 금리 등이 치솟아 있고, 착공 전·후에도 숱한 변경 요소들로 사업이 난항을 겪거나 아예 중단되는 사태를 경험하면서 조합원들의 성향과 향후 수익성 등을 다각도로 따져보고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 금리인하가 유력해진 상황에서 분상제나 토허제 등에 섣불리 메스를 들이댈 경우 오히려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며 "규제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되, 유주택자 세금규제 및 지역별 부동산 양극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책 논의와 수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