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1년···물 건너간 휴전, 드리운 '5차 중동전쟁' 공포
'휴전' 대신 '전쟁' 택한 이스라엘···'공격 폭주' 계속 체면 구긴 '저항의 축' 리더 이란···"저항 후퇴 없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이 오는 7일 개전 1주기를 맞는다. 당초 휴전이 기대됐던 것과 달리, 중동 역학을 바꾸려는 이스라엘의 전선 확대로 오히려 역내에는 '5차 중동전쟁'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규모 공격을 가하고 시민을 인질로 납치하면서 발발한 가자전쟁은 7일로 꼬박 개전 1년이 됐다. 하마스는 당시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감행하며 이스라엘 남부를 급습했는데, 이 작전으로 이스라엘인과 외국인 약 1200명이 숨지고 250명 넘게 인질이 됐다.
하마스의 '기습'에 허를 찔린 이스라엘은 곧장 반격에 나서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강도 높은 '하마스 소탕 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가 4만명을 넘기며 인도주의적 위기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국제사회 압박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좀처럼 '협상 카드'를 맞추지 못하며 둘 간의 휴전 협상은 장기간 교착됐다. 그 사이 이스라엘은 중동 역학을 바꾸려는 듯 전선을 점차 확대해나갔다. 그동안 자국 안보에 장기간 위협으로 자리했던 이란 대리세력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와해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실제로 하마스를 어느 정도 소탕했다고 본 이스라엘이 반(反)이스라엘 세력의 수장격인 이란의 여러 대리세력을 차례로 겨냥해 나갔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와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을 차례로 암살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레바논 남부에 보병·전차 병력을 투입, 2006년 이후 18년만의 지상전을 시작했다.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전쟁은 국경을 넘어 레바논과 이란으로까지 확전하는 양상으로, 예멘 친이란 반군까지 포함한다면 이스라엘로선 동시에 4개 세력을 상대하는 초유의 '사면전'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중동에선 이제 '조기 종전'은 고사하고 '5차 중동전쟁'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 있다. 재선을 포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스라엘이 고삐가 불린 상황인데, 이란의 반격이 본격화할 시 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국들은 지난 9월 레바논과 3주간 휴전하는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힘에 의한 해결'을 결심한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앞서 이란은 하니예의 암살 주체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공언했고, 그가 사망한 지 두 달 만인 지난 1일 이스라엘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200발을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지만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확전에 부담을 느낀 이란이 아직까진 '제한적 보복'만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이란은 우군인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집중 공격을 받는 상황에도 단발성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쏘는 것 외에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체면도 크게 구겨진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의 '폭주'가 계속될 경우 이란도 더 이상 참지 못할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4일 테헤란 시내 이맘 호메이니 모살라(대사원)에서 열린 금요대예배에 이례적으로 설교자로 등장한 하메네이는 "(이란 대리세력의) 지도자들이 살해됐지만 지역(중동) 내 저항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