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중국에서 발 빼는 韓기업…탈중국 본격화

미·중 경제 패권 경쟁 격화·중국 디스플레이션 우려 韓 주력 사업에 중국 기술 탈취 시도 이어지며 위협 대중국 투자 회수·중국 내 공장 매각·인력 감축 나서

2025-10-06     최은서 기자
평택항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미국과 중국이 경제 패권을 놓고 강대강으로 대치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중국 사업에 대한 고심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중국이 잇단 부양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데다 불공정한 무역 관행도 이어지면서 중국 내 공장 매각 등 사업 규모 축소에 나서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산업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산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어 우려감이 번지는 모습이다.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중국에 대한 견제는 심화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민주당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전 대통령 모두 '아메리카 퍼스트'로 대변되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어서다.  세종연구소는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 전망과 대응​​’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접근에 있어서 트럼프 캠프는 중국을 복합적 위협으로 규정해 재집권 시 수출통제와 높은 관세를 통한 전면적 디커플링 시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중국과의 경제 불균형 문제에 강하게 대응하며 무역 협정 재검토와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 모든 지역과 국가의 무역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리스 부통령도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중국이 아닌 미국이 21세기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한데 이어 경제공약집에서도 '제조업 부활'을 내세우며 자국 우선주의와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같은 미중 갈등으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과 수출연계생산이 최대 5%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국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대중 수출과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하고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 3~5%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최근 대중국 투자를 회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는 한국의 대중국 투자 회수액이 급격히 증가하며 중국에 투자했던 자본이 빠져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국 투자 회수액은 2020년 5억6300만달러, 2021년 25억8000만달러, 2022년 11억7900만 달러, 2023년 6억2100만달러로 집계됐다.  또한 중국 내 공장을 매각하거나 인력 축소에 나서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중국판매법인은 130여명의 구조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5곳에 달하는 공장을 운영했던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 지난해 충칭공장을 매각하며 몸집을 줄였고 연내 창저우 공장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 현대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6일 중국 광저우 액정디스플레이(LCD) 모듈·패널 생산법인 지분을 중국 TCL그룹 디스플레이 자회사인 차이나스타(CSOT)에 2조256억원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도 2020년 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산산에 매각한데 이어 2021년 중국 쑤저우 LCD 공장을 CSOT에 넘기고 사업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도 이같은 탈(脫)중국 흐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산업기술 해외유출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체 산업 기술 해외 유출 건수는 111건으로 이 중 국가핵심기술이 3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적 민감성을 이유로 정부가 해외 유출 대상국 통계를 미공개하고 있지만 대부분 중국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