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첨단산업보조금 0원…"주도권 상실 우려"

한경협 "직접환급제도·경제안보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

2025-10-07     최은서 기자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해당하는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7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주요국 첨단산업별 대표기업 지원정책 비교' 보고서를 통해 미국·중국·일본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반도체와 이차전지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화하는 반면 한국의 정책 지원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경협에 따르면 미국·중국·일본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반도체와 이차전지를 국가전략사업으로 삼고 수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칩스법 서명식에서 미국의 국가안보는 반도체 산업에 달려있다며 같은 해 10월 반도체 수출통제 개정 조치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했다. 반도체 생산을 자국에서 해결하기 위해 인텔에 85억달러 보조금 투입 계획도 발표했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기 위해 2023년부터 반도체 대표 기업 SMIC에 2억7000만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다. 정부가 대주주(지분비율 30% 이상)로서 정부 주도의 투자 및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재부흥을 목적으로 연합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 설립에 63억달러가 넘는 보조금을 이미 투입했고,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은 추가 지원방안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차전지의 경우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전기차 보조금을 통해 미국 내 생산을 유도, 이차전지 생산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차전지 부품 최소 50% 이상이 북미 지역에서 생산·조립된 경우 등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국 정부는 1990년 제8차 5개년 계획에서 시작됐다. 현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CATL에 2011년 설립 당시부터 최근까지 각종 지원을 하고 있으며 보조금 지급 범위를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로 확대했다. 

일본도 도요타에 8억5000만달러 규모의 이차전지 연구개발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국내 이차전지 생산시설 확보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 이어 이차전지 산업에도 보조금 지급 정책은 현재까지 없는 실정이다. 한국 주요 생산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1년 30.2%에서 2022년 23.7%, 2023년 23.1%로 불과 2년 만에 7.1%포인트 하락했다.

한동안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한국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은 중국 정부가 2012년부터 ‘전략적 7대 신성장산업’ 중 하나로 디스플레이 산업을 선정해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한 이후부터 가격경쟁력을 상실했다. 한국은 현재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에서 중국의 대규모 보조금과 투자 앞에 위태로운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2023년에 중국 대표 LCD 및 OLED 생산업체인 BOE에 4억2000만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했고 토지·건물 무상 제공과 지방정부 출자와 같은 지원까지 제공 중이다. 한경협은 미국이 시행 중인 직접환급 제도와 같은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접 환급제도란기업이 납부할 세금보다 공제액이 더 크거나 납부할 세금 자체가 없는(적자) 경우, 그 차액 또는 공제액 전체를 현금으로 지원해 즉각적인 기업 현금 유동성을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아울러 경제안보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 이를 통한 정책 및 관련법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은 2021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 단일 조직에서 산업과 안보 정책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총리 산하였던 과학기술부를 작년에 국가주석이 관할하는 당 중앙위원회(중앙과학기술위원회)로 격상, 지도부가 직접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한다. 일본의 경우 2021년 장관급 조직인 경제안보담당관실을 설치하여 총리 주도의 범부처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주요국들의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에 대한 지원정책 강화는 첨단산업 주도권 상실이 곧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라며 "한국도 관련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감한 재정지원 방안을 수립해야 하고 일원화된 컨트롤타워를 통한 관련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