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정수기 시장 잠재력…소송전에 영향 주장도
1인 가구 비중 확대 여파로 주요 고객층 줄어 선순환적인 기업 경쟁 줄고 비방전 우려까지
2024-10-07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정수기 시장의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변화의 기로와 함께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수기 시장은 이미 양적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 통상 2인 이상 가구를 타깃으로 영업이 이뤄졌으나, 1인 가구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소비자층을 겨냥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경쟁 업체 간의 소비자 이동이 필요하며, 최근 발생한 소송전도 경쟁 심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현재 국내 정수기 보급률은 50%에 달한다. 이는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생수를 구매하거나 물을 끓여 마시는 경향이 있어, 이들을 공략할 전략이 부족한 실정이다. 1인 가구의 비중은 40%까지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 2022∼2052년’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22년 738만9000가구에서 30년 뒤 2052년 962만가구까지 200만 이상 불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연평균 7만4000가구씩 증가한다. 2022년 기준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4.1%였지만, 2032년 39.2%로 5%포인트 이상 증가한다. 이후 2037년 40.1%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기간 2인 가구의 비중은 33%로 1인 가구보다 적은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정수기 제조 및 판매업체들은 이러한 현상을 인식, 맞춤형 전략을 추진한 바 있다. 제품 소형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 거주하기 때문에, 공간활용성이 높은 제품을 선호한다. 주방 내에서 정수기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여 소비 니즈를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형화 전략은 생수와 경쟁이 어려웠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의 전력 사용량과 구매 비용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생수 수준의 편의성은 부족하다”며 “1인 가구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제품 소형화를 선택한 사례는 장기적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생한 소송전에도 시장 잠재력이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최근 교원웰스를 상대로 ‘아이스원 얼음정수기’ 판매 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쿠쿠홈시스와 청호나이스에도 관련 경고장을 송부했다. 대외적인 명분은 ‘아이콘 얼음정수기’의 지식재산권(IP)를 보호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교원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의 잠재력이 한계점에 도달한 만큼,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하려면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해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웨이는 그간 IP 관련 소송에 소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이번 소송전은 정수기 시장의 점유율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양적성장이 한계에 도달하면, 더 이상 선순환적인 기업들의 경쟁만으로는 성장을 모색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상처만 남을 수 있는 소송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