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역마다 소멸 위기…기업 살려 위기 막아야

전체 시군구 중 57% 소멸위험지역…광역시 구·군 46.7%도 위험 정부, 대학-산업 연결해 지역혁신…지역 기업 질적 성장 동반돼야

2024-10-07     오시내 기자
한국고용정보원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인재를 양성해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조건으로 지역 산업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7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체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130곳으로 5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여성인구가 65세 이상 인구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멸고위험지역은 57곳으로 전체 시군구의 25%에 달했다. 특히 전북은 전체 14개 시군 중 1곳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소멸위험지역이며, 13개 소멸위험지역 중 소멸고위험지역은 7곳에 이르러 전체 시군의 절반을 차지했다.

광역시도 소멸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17개 광역시도 중 소멸위험지역은 8개로, 부산이 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 부산 인구는 329만명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23%인데 반해 20~39세 여성인구는 11.3%에 그쳤다.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 전체 45개 구·군 중 소멸위험 구·군은 21개로 46.7%를 차지한다. 이중 부산이 11곳으로 가장 많고 대구 3곳, 대전 2곳, 인천 1곳이 위험한 상황이다. 광역시 소멸위험지역들은 재개발이 지연된 원도심과 노후산업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소멸위험 유형에 따른 지난 10년간 순이동률을 살펴보면, 소멸위험도가 높을수록 인구유출이 더 많았다. 즉,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인구가 높다는 뜻이다.

일자리의 양적, 질적 격차도 크다. 소멸위험도가 높을수록 고령인구의 비중이 높아 전체 고용률이 낮았으며, 고용된 청년들도 취약계층 비중이 높아 저숙련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 인구유출의 55.1%는 대졸 이상 고학력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문제 해결 방안 중 하나로 대학을 중심으로 산업과 연계해 기업의 첨단기술화를 주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ISE) 사업을 통해 첨단분야 및 지역특화 산업 맞춤형 교육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라이즈는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해 지자체 주도로 대학을 지원하고,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이끄는 정책이다. 인재양성-취·창업-연구개발-정주 생태계를 구축해 지역 발전을 꾀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전문인력을 양성해도 이들을 고용할 지역 기업이 충분치 않다면 청년층 인구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역 연구개발인력 수와 비율은 서울과 경기에 비해 확연히 적을 뿐 아니라 취업자 수 대비 비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이 필요한 산업 분야의 기업이 지역에 적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연구개발 의지도 저조하다는 분석이다. 즉, 지역 기업의 질적 성장이 동반될 때 인재가 지역에 머물고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대학과 기업 간 공동연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기업의 의지가 없이는 성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광역시 소재 대학에서 이공계 석사 과정을 마친 한 학생은 “지역에는 연구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이 없어 수도권으로 이주할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간혹 자리가 생겨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대우 때문에 입사할 의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