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희생자 학부모 “높은 사람들 방문하지마”

임시합동분향소 학부모들, 정치인·언론사·분향소관리자에 분통

2015-04-23     최원석 기자
[매일일보 안산 최원석 기자] 단원고 희생자들의 임시합동분향소 운영에 대해서도 희생자 학부모들은 울분을 토했다.23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조문객 방문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마음까지 순조롭게 진정시킬 수는 없던 것.학부모들의 울분은 이른바 ‘높은 사람’들이 임시분향소를 방문하면서 폭발했다.이날 오후 2시경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임시분향소를 방문했다. 방명록을 쓰는 도중 눈물을 보이던 이 대표에게 언론사 기자들의 플래시가 모아졌다.

이에 일부 학부모 대표들이 감정이 폭발했다.한 학부모 대표는 “수백명의 아이들이 죽은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온다고 이렇게 난리들이냐”며 “그들이 유가족들에게 해 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방명록을 바닥에 내던졌다.이어 이 학부모는 “박근혜 대통령이 와도 진행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국회의원 방문했다고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꼴을 봐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또 다른 학부모 대표는 “진도에 가보라”며 “이른바 높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것은 왜 언론에 보도하지 않느냐?, 진도 학부모들은 바닥에 비닐을 치고 앉아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높은 사람들이 방문해 방명록 작성과 사진촬영 등을 그만해 주길 바라고 있지만 여·야 대표들의 임시분향소 방문을 포함해 많은 국회의원, 유명인사들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황우여 대표와 심재철 의원, 안효대 의원 등이 이날 오후 방문이 계획돼 있고,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도 임시분향소를 찾을 예정이다.한편, 임시합동분향소 앞 천막을 관리하는 안산도시공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학부모들이 임시분향소 앞에 천막을 설치하려고 하자 안산도시공사 관계자가 “미관상 좋지 않으니 다른곳에 설치하라”고 요구했다.학부모들은 “누구를 위한 임시분향소냐”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