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세월호 참사, 소비심리 ‘꽁꽁’…유통가 ‘설상가상’

백화점·마트·호텔 등 행사 올스톱·구호 지원 총력
내수부진에 이어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도 ‘뚝’

2015-04-23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한반도가 슬픔에 빠진 가운데, 식·유통·호텔업계는 예정된 행사와 마케팅을 잇따라 취소하거나 연기하면서 유통 업체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대신 이들 업체는 세월호 침몰 사고의 조기 사태 수습을 위해 지원책을 가동하는 등 애도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 업체들이 세월호 침몰 관련, 사회적 분위기와 상반되는 마케팅을 적극 자제하고는 있지만, 매출 감소에 따른 직격탄도 불가피한 상황이다.이는 최근 지속된 경기 침체에 세월호 참사가 겹치면서 유통 체의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실제 지난주 봄 세일에 들어간 백화점들은 세월호 침몰사고 여파로 고객이 크게 줄어 매출이 하락했다.지난 19~20일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전주 같은 기간 대비 5% 정도 감소했고, 현대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매출 신장률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CJ오쇼핑도 같은 기간 매출이 전주에 비해 20.0% 줄어든데 이어, 월요일인 21일 매출도 5% 가량 줄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 매출도 사고 직후부터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중 사고 피해자가 거주하는 안산권역 대형마트 매장 매출은 1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패스트푸드 등 외식업계의 경우도 세월호 침몰 소식에 외식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매장 방문 고객수가 평균 10% 감소하는 등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사회적 우울감이 팽배하면서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대비 5~10% 줄었다”며 “지금과 같은 침울한 분위기에는 마케팅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예민하고 조심스럽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우리보다는 남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이 먼저”라고 강조했다.이로 인해 이들 유통업체들은 국민적 애도 분위기에 맞지 않는 공연이나 경품행사, 홍보 마케팅 등을 줄줄이 취소하고 구호 지원에 나섰다.신세계그룹은 지난 17일 여성가족부와 어린이재단과의 업무 협약을 추후로 연기했고, 롯데백화점은 올 봄 세일 기간 막바지 프로모션 등을 대부분 취소했으며 현대백화점도 뮤지컬 등 각종 이벤트를 전격 취소했다.신세계 이마트는 지난 18일부터 사고 현장과 인접한 목포점을 통해 생수·라면 등 구호물품을 보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오리털 이불 750장을 지원했다.

신세계푸드는 사고 수습 시까지 팽목항 일대에서 밥차를 운영할 계획이며, 현대백화점은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지난 17일부터 매일 2000명분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사고 수습이 끝날 때까지 매일 300인분의 도시락과 즉석밥·음료·간식·화장지 등 생필품을 제공할 계획이다.홈플러스는 안산 지역 3개 점포와 목포점에서 생수, 빵, 우유 등 200명분의 식품을 지원했다. 또 대책본부가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 근처에 지원캠프를 설치하고 식품과 담요 등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식품업계 역시 지원에 동참했다. CJ제일제당은 급식 차량과 식사 1000명분을 제공했으며, 햇반·생수·김치 등 식품과 뚜레쥬르 빵 3000개를 전달했다.농심은 신라면컵 3000여개와 생수 4000병, SPC그룹은 빵과 생수 2000개씩을 지원했고, 오뚜기는 사고 현장에 인접한 순천지점을 통해 컵라면 9300개를 보냈다. 롯데칠성도 구조 작업이 끝날 때까지 음료 등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다.오뚜기 관계자는 “진도 해상 세월호 침몰사고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슬픔을 나누기 위해 라면 지원과 함께 회사의 사내외 주요행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실종자들의 조속한 구조한 무사 귀환을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홈쇼핑 업계 역시 애도 분위기 속 여행상품을 편성에서 제외시키는 등 엄숙한 분위기다.GS샵과 CJ오쇼핑, 현대홈쇼핑은 유가족과 국민에게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여행상품 방송과 여행가방 등의 편성을 취소했다. NS홈쇼핑은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제7회 우리축산물요리대회’를 무기한 연기했다.호텔업계도 주요 행사를 무기한 연기하는 등 애도 행렬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은 지난 19일과 20일에 예정된 25개 와인 업체들과 진행하는 ‘와인페어-구름 위의 산책’을 잠정 연기하기로 확정했고,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준비한 이벤트 행사 역시 잠정 연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도 이번 사고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지난 19일 열릴 예정이던 야외 마켓 ‘장(場)’ 행사를 연기했다.유통업계 측은 “세월호 침몰 사고에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며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고, 축제와 파티를 연상케 하는 마케팅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