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이중가격제 늘어…배달앱 상생방안 없나
업계 1위에 쏟아진 화살에 배민 상생안 내놔 차등 수수료 실효성은 의문…쿠팡·요기요도 상생안 준비
2025-10-07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중개 수수료 논란이 점차 확산함에 따라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이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BHC·BBQ·교촌치킨·굽네치킨·푸라닭) 가맹점주 협의회 대표들은 오는 10일 배민 보이콧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모일 예정이다. 배달앱 중개 수수료가 오르면서 매장의 부담이 커지자 가맹점주들이 직접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배민이 새로 도입한 무료 배달서비스 배민클럽 사용의 중단을 논의하고, 보이콧 동력 확보를 위해 공공 배달앱 사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특정 플랫폼의 중개 수수료를 겨냥해 점주들이 보이콧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당장 배달앱 사용 중단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중가격제를 도입하는 업체도 많다. 맥도날드·롯데리아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뿐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같은 메뉴라도 배달 주문의 경우 매장 가격보다 값을 비싸게 매기는 곳이 늘었다. 이중가격이 적용되면 매장 가격보다 배달 가격이 높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료배달을 시키더라도 돈을 더 내는 꼴이기 때문에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업주들은 높은 중개 수수료 등 때문에 이중가격을 매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배민이 배민클럽 배달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현재 배달앱 3사의 수수료율은 배민 9.8%, 쿠팡이츠 9.8%, 요기요 9.7%다. 이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자영업 단체들은 배민 등 배달앱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정당한 이유 없이 수수료를 인상했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논란이 심화되자 대통령실까지 자영업자 지원대책으로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배달 플랫폼들도 상생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국정감사에서 배달 플랫폼이 주요 타겟이 되는 것을 우려한 플랫폼이 압박에 이기지 못하고 한발 물러섰다고 보고 있다. 배민이 제시한 상생안은 차등 수수료율 적용으로 영세 업체들에 한해 중개 수수료율을 최저 2%대까지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 앱 내 매출액이 현저히 적은 식당에는 현재 적용되는 수수료율(9.8%)의 4분의 1 수준까지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쿠팡이츠와 요기요 역시 이와 같거나 유사한 수준의 상생 안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소비자와 사용자의 이탈 심화도 타협안 도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의 사용자 수(MAU)는 각각 2263만 명, 837만 명, 505만 명이다. 전월 대비 배민은 0.8%, 요기요에선 8.3%의 사용자가 빠져나갔다. 쿠팡이츠는 3.2% 늘었다. 상황이 격화되자 배달 업계에서도 원인을 떠넘기고 있다. 쿠팡이츠는 이중가격제의 원인에 대해 배민이 무료배달 비용을 점주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책임을 돌렸고, 배민은 쿠팡이츠가 가게배달만 의도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면서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최혜대우 조사에 대해 경쟁사가 먼저 최혜대우를 요구했다면서 쿠팡이츠를 끌어들였다. 사실상 3사의 배달 수수료는 큰 차이가 없지만 업계 1위인 배민이 최근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질책의 화살이 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료배달 등으로 출혈 경쟁을 불사한 두 업체가 전면전을 벌이면 결국 승자 없는 싸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월 배달앱 플랫폼과 입점업체 등 합리적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상생협의회를 출범시킨 후 이렇다 할 상생안이 도출되지 않자 개입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입법을 통한 제도적 개선보다는 당사자가 상생을 통해서 합리적인 안을 내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10월까지 상생협의체가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정부가 직접 나서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3사의 독과점이 배달 비용을 증가시키고 결국 소비자와 점주에게 그 비용을 떠넘겼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이들이 내 놓는 적극적인 상생안만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