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신문고]“韓,반도체 직접 보조금 절실”
韓, 반도체 직접 보조금 ‘0원’…‘국가대항전’ 현실과 동떨어져 “기존 업계 기반 믿고 소극적…첨단산업 지원 타이밍 살펴야”
2024-10-09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반도체 시장을 놓고 글로벌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K-반도체에 '직접 보조금'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요국들은 반도체 사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로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보조금 지급이 전무한 상황이어서 경쟁사들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요 선진국들은 반도체산업 육성을 국가 핵심 과제로 삼고 직접 보조금을 포함한 업계 지원에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반도체법에 따라 폴라 반도체에 1억2300만달러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미국 반도체법(이하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이 확정된 첫 사례다. 미국은 지난 2022년 칩스법을 제정해 반도체 산업 육성에 강드라이브를 걸었다. 현지 공장을 짓는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총 390억달러, 정부 대출 75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칩스법 서명식에서 "국가안보는 반도체산업에 달려있다"고도 했다. 또 미 정부는 인텔에 85억달러 보조금 투입 계획을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다음달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부와 보조금 관련 논의를 마무리 짓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기조는 다음달 대선 결과와 무관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칩스법은 미 상원에서 초당적으로 통과된 법안으로, 첨단산업의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확보에는 보조금 정책이 효과적이란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은 반도체를 전략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직접 보조금 규모를 속속 늘리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 제고를 위해 지난해부터 대표 기업 SMIC에 2억7000만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다. 일본도 반도체 산업의 재부흥을 목표로 연합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 설립에 63억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했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직접 보조금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7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발간한 '주요국 첨단산업 지원정책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첨단산업에 대한 한국의 정책 지원이 미흡한 결과 미국‧중국‧일본에 기술력 추격을 허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도체 직접 보조금 지원이 '0원'인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주요국 사례를 부각하면서다. 현재 우리 정부의 반도체산업 지원은 일몰 예정이던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의 투자세액공제(대기업 15%)를 3년 연장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핵심 플레이어에 직접 보조금을 쥐여주는 내용은 빠져 있다. 총 26조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은 금융지원 등의 간접적인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 경쟁이 국가 대항전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한국은 기존의 업계 기반을 믿고 적극적 지원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첨단산업의 경우 추격을 당한 후 돌이키기가 어렵다"며 지원 타이밍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반도체업계는 그나마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반도체 특별법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법안에는 반도체 직접 보조금 지원이 포함됐다. 최근 반도체 특별법을 1호로 발의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반도체 특별법을 처음으로 낸 이후 4개월이 지났지만 정작 이 법의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대응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업부가 반도체산업의 글로벌 경쟁 격화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