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외건설수주 미수금만 5.2조… 아마추어 수주외교 원인

정부 안전장치 마련 및 건설사 사업성 평가 필요

2025-10-09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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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최근 3년간 해외건설수주 미수금만 5.2조원에 달하자 아마추어 수주외교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해외건설시장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4위 미국(6.9%)을 바짝 뒤쫓았다. 해외 건설매출액 총합은 지난해 대비 29.7% 증가한 341억7000만달러(한화 약 46조원)로 같은 기간 점유율은 0.7%p 늘었다.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건설 4대 강국이 목전으로 다가왔지만, 고질적인 미수금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3년 해외건설 미수금 총액은 39억1800만달러(한화 약 5조23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21년 12억달러를 기록한 이래 2022년 13억5600만달러에서 2023년 13억6300만달러로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국가의 정치적 문제나 자금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해외수주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일어난 불상사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건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정치적 안정성”이라며 “정치가 불안정하면 미수금이 발생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사업 초기부터 타당성 판단은 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중앙·지방정부와 해당 공공기관 등 자금력과 신용도를 엄밀하게 따져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국토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발주처인 상대 국가를 상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장관 명의로 서한을 보내거나 현지 대사관을 보내 의견을 전달하는 등 미수금 회수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담당했던 한화 건설 부문은 지난 1월 박상우 장관이 직접 이라크를 방문해 사업을 논의한 결과 미수금 절반을 회수했다. 다만 장관급이 직접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수 있는 경우가 흔치 않아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위원실은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는 국내 건설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 미수금 문제”라며 “이는 민간기업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상사를 벤치마킹해 특정 국가에 장기간 거주할 주재원 파견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재원은 다국적 기업의 해외 현지 법인에 파견돼 근무하는 직원으로서 주로 1년에서 최대 5년간 머무르며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회사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 일본의 국제 상사가 잘 나가던 때 현지 정부나 자금 상황 등을 잘 파악한 주재원이 있었다”며 “한국 건설사도 이러한 역할을 맡을 이를 키워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