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수주 400억불 달성 목표 적신호

1~8월 누적 수주액, 179억 달러···1년 새 18%↓ 텃밭 중동, 전쟁 확산·네옴시티 발주 기대 이하

2024-10-09     권한일 기자
국내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국내 건설사들이 올 들어 8월까지 해외에서 거둬들인 수주액이 당초 목표치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수주 지원 등 경제 외교를 표방해 온 정부 방침과 달리, 건설업 해외 수주액 연간 목표치(400억 달러) 달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가운데 수주가 집중된 중동에선 최근 확전(擴戰) 등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불거져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누적 해외건설 수주액은 179억5673만 달러(한화 약 24조20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 219억 달러 대비 18.1% 급감했다.  이는 코로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초반인 지난 2022년 동기(183억 달러)보다도 적은 수준으로, 올해 정부가 제시한 연간 목표치 400억 달러(약 54조원)는커녕 2020년부터 4년 연속 달성한 300억 달러도 위태롭다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수준이다. 전통의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네옴시티 및 신규 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 등 초대형 사업들의 확정 발주량이 기대보다 적었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하마스 간 전쟁 격화 등 지정학적인 문제도 불거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저가를 내세운 중국·베트남·튀르키예 국적 기업들의 입찰 경쟁력이 높아졌고, 2022년 시행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등으로 북미 시장에 진출한 국내 주요 제조사들의 잇단 초대형 현지 공장 신설·증설 발주 물량도 지난해에 반짝하는 데 그친 결과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특정 지역 수주 쏠림 현상은 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초부터 8월 말까지 중동에서 따낸 건설 수주액은 108억9742만 달러(약 14조7000억원)로 지난해 74억973만 달러 대비 47.1% 늘었다.  반면 북미·태평양 수주는 73억4118만 달러에서 26억2804만 달러, 아시아는 42억9681만 달러에서 28억3472만 달러로 각각 전년 동기간 대비 64.2%, 34.0%씩 쪼그라들었다. 이외에도 지난해 소폭 증가세를 보였던 유럽·중남미·아프리카 지역 수주도 일제히 줄었다. 향후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간 전쟁이 이란과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거나,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재당선으로 자국 최우선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신사업활로는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반증이다. 이와 관련, 국토연구원은 중장기적인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정부의 지원 정책을 재정비하고 현행 지원제도 및 추진 체계를 보다 상세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토연구원은 "현 정부는 시장·공종 다변화를 위해 투자개발사업과 디지털 전환 등을 강조해 지원하고 있지만, 동반 진출에 대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견해 차이를 감안한 투트랙 전략을 수립·이행해야 한다"면서 "특히 공종별 기술개발·적용의 국내 현황을 파악하고 국내 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별해 해외에서 실증해 확산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