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위기의 해외건설수주… 원전·동남아發 호재 구원투수 될까

지구촌 탈원전→친원전 새바람, 건설업계 '화색' 중동 정세 혼란 속 동남아 인프라 사업 기대감

2025-10-09     권한일 기자
유럽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해외 신규 수주 위축으로 위기에 빠진 국내 건설업계가 원자력 발전소(원전)와 동남아 주요국의 적극적인 개발 움직임에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9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원전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 친환경 에너지·탈(脫)원전을 내걸었던 유럽 국가들이 속속 친(親)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중동·아시아 등에서도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을 선언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안보 위기감과 인공지능(AI)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대응, 원전의 탄소 절감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 7월 체코전력공사(CEZ)가 발주한 약 24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테믈린 원전 입찰에 한국수력원자력·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가 프랑스(EDF)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원전 본고장인 유럽 내 첫 공식 계약이 성사되면, 신규 원전을 추진 중인 불가리아·폴란드·루마니아 등 주변국을 비롯해 잇달아 탈원전을 선언한 서유럽·북유럽까지 수주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총사업비 18조원 규모의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프로젝트 입찰자격 사전심사(PQ)를 통과한 가운데 향후 최종 계약까지 성사될 경우, 수조원대 시공 관련 수주고를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7월부터 루마니아에서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플루어, 뉴스케일 등 미국 국적 글로벌 엔지니어링 사와 공동으로 기본설계(FEED)에 착수한 가운데 사업이 확정될 경우 약 5조원대 신규 수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스위스 에너지부는 지난 2017년 국민투표로 결정된 탈원전 정책을 폐지하고 올 연말까지 신규 원전 건설을 가능케 하는 원자력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앞서 스웨덴은 지난해 8월,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재래식 원전과 SMR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영국과 네덜란드 등도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에 'K-원전' 시공 부문을 책임질 국내 건설업계도 발주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전통의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헤즈볼라 간 갈등 격화로 대형 발주 기대 사업들이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지역이 새롭게 해외 수주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최근 PPP(민관합작투자개발형 사업) 확대 방침을 발표하고 신규 프로젝트 및 대형 공공 도심 인프라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특히 지역간 연계성 강화를 위한 철도 인프라 개발에 베트남은 GDP(국내총생산)의 5.7%, 필리핀은 7%, 인도네시아는 150억 달러를 각각 관련 예산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에 향후 10여 년간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도시철도(지상철·지하철·고속철·경전철) 프로젝트 신규 발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 7일 카자흐스탄에서 신규 원전 도입을 놓고 진행한 국민투표에서 71%가 넘는 찬성표가 나왔다. 이로써 '팀코리아' 주축 건설사들의 중앙아시아 진출 교두보 확보를 향한 기대감도 감돌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북미·유럽 등 프로젝트 다각화 및 서유럽·동유럽 중심의 에너지 독립성 확보를 위한 물류·에너지 인프라 사업 발주에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