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중동발 철강·조선업계 긴장감 고조
국제 유가·해상운임 상승세에 수익성 타격 원료 수급 부담·제조비용 및 원자재 가격↑
2024-10-09 최은서 기자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중동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철강·조선업계가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은 중동 리스크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이지만 장기화하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비·운송비·물류비 등 간접 비용 상승 압력이 커져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 유가 급등은 원자재 비중이 높은 철강에 부정적 요인이다. 철강업계는 연료비 연동제로 유가가 상승하면 전기요금에 반영돼 고정비용이 상승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철강사들은 탄소중립 수요에 대응해 기존 고로 대신 전기로 설비를 확대하고 있어 유가가 상승할수록 수익성 하방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생산시설을 타격하거나 이란이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3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대두하면서 국제유가가 향후 더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지난 7일(현지시간) 글로벌 원유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이 지난 8월 말 이후 처음으로 배럴 당 8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중동 전쟁 발생 시 더욱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씩 상승했을 때 국내 기업의 원가는 2.82%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의 경우 환율과 에너지값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받아 4.42%의 비용 상승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철강 1차 제품의 원가상승률은 4.9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철강업계의 고충은 또 있다. 수출 뿐만 아니라 해상운송을 통해 원재료를 수입하는데, 하반기에도 중동 정세 불안으로 해상운임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스란히 원료 수급 부담과 제조비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조선업계의 경우 단기적으로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실제 중동지역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중 중형 유조선(MR탱커) 발주시장이 활기를 보였다. 다만 중동 정세가 격화하고 장기화되면 조선업계 역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빙 전문연구원은 "배럴당 유가가 70달러 이상인 경우 해양 플랜트와 유조선 발주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도 "다만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 악화 가능성과 중동 분쟁 심화 시 발주 자체가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