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이자라도" 은행 예‧적금 막차수요 '쑥'

시중 5대 은행 예‧적금 수개월째 증가 추세 금리 하락 가능성 커지자 '예테크족' 몰린 듯

2024-10-09     성동규 기자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최근 은행권 예‧적금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단행과 9월 국내 소비자 물가상승률 둔화 등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른바 '막차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30조4713억원으로 전달 비교해 4조8054억원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81조1756억원이나 급증한 금액이다. 올 초부터 4월까지 하락하던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5월 889조7062억원 ▲6월 891조1524억원 ▲7월 909조3806억원 ▲8월 925조6659억원으로 5개월 연속 증가하며 대조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적금 잔액 흐름도 비슷하다. 5대 은행의 지난달 정기적금 잔액은 38조74억원으로 한 달간 1조2157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정기적금 잔액은 4월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매달 1조원 이상 늘어나는 추세다. 정기예금 등 저축성예금에 비해 수신금리가 낮은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 합산 623조317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6조원 증가하기는 했으나 최근 1년 최고치(647조8882억원)에 비해서는 24조5709억원 줄었다. 감소한 요구불예금 중 상당액은 정기예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국내 주식 등 자산시장에서 조정국면이 지속되는 국면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이 수신 금리 하락 전 발 빠르게 움직인 영향이다. 실제로 한은이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게 채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설령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된다고 해도 연내 인하에 대해서는 거의 확실시하고 있다. 현재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3.35~3.75%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4%대다.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고려할 때 내년 3%대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에서는 예테크족을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고금리 특판 예·적금을 출시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상품은 대부분 한도가 적고 우대 금리 조건이 까다로워 가입 전 상품 구조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