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고조되는 중동 위기에 K-산업 '좌불안석'

중동 위기 고조…생산비·운송비·물류비 등 간접비 상승 예상 국제유가 80달러선 뚫어…산업부 "대응에 만전 기할 계획"

2025-10-09     서영준 기자
폐허가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 고조로 중동이 확전 위기에 놓인 가운데 국내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직접적인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나 생산비·운송비·물류비와 같은 간접비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정세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하자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을 겨냥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등 재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한 상태다. 중동 지역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글로벌 원유 가격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한 달여 만에 배럴당 80달러 위로 다시 올라섰다. 지난 7일 ICE 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이날 배럴당 80.93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3.7% 상승했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종가는 배럴당 77.14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3.7% 올랐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이 상승한다. 이는 국내 정유사들의 단기 실적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수요 위축이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 3분기 국제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축소가 동시에 겹치면서 실적 부진을 겪은 국내 정유사로서는 겹악재인 셈이다. 국제 유가 상승은 정유사 외에 다른 국내 기업들에게도 부담이다. 원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무력 충돌로 봉쇄될 경우 물류비 증가 효과로 이어질 수 있고, 이집트 및 동유럽에 위치한 한국 기업들의 가전·석유화학·배터리 생산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비용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동 지역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전쟁 수혜주'인 방산주는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7일 전장 대비 4.15% 오른 35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지난 2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올랐는데, 이 기간 18% 증가했다. 현대로템(7.02%)도 장중 6만1300원까지 상승해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LIG넥스원(9.87%), 한화시스템(3.71%) 등도 일제히 올랐다. 중동 지역 리스크는 K-방산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평가된다. UAE,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는 LIG넥스원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M-SAM2) 수출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 이라크는 2013년 경공격기인 FA-50도 구매한 바 있다. 중동 지역 리스크가 고조될 수록 K-방산에 대한 중동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산업부는 중동 정세가 석유·가스 등 에너지 수급 및 가격, 수출·입, 공급망 등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아직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일 중동 정세와 관련해 유관기관 및 업계와 종합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며 이스라엘에 인접한 홍해를 통과하는 국내 석유·가스 도입 선박은 대부분 우회항로를 확보해 석유·가스 국내 도입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수출의 경우에도 대(對) 중동 수출 비중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 수준이며 우리 물품의 선적 인도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확전 또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곤란 등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산업부는 지난 4월 중동사태 발발 이후 설치한 종합상황실 및 에너지·무역·공급망 등 분야별 비상대응반을 통해 실시간 동향 모니터링 및 대응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