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갈팡질팡 부동산 대책… 국민만 울상
2025-10-09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매달 부동산 관련 대책이 발표되고 일주일도 안 돼 또 다른 규제나 완화책이 나올지도 모르는 게 현실이다. 당장 지난 9월만 해도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대출 규제를 이야기해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렸는데 갑자기 실수요자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며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예측 가능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전문가도 아닌 일반 국민이 어떻게 가격을 예측하고 주택 구매 시점을 정할 수 있겠느냐.”
지난 9월 최적의 주택 구매 시점을 묻자 한 시중은행 전문가가 전한 말이다. 부동산 시장을 부양함과 동시에 과열은 막아야 할 정부도 골치가 아프겠지만, 결혼을 계획 중인 기자 역시 언제 어느 지역에 신혼집을 구해야 하는지 막막한 게 현실이다. 포털사이트에 ‘아파트 가격’을 검색하면 ‘역대 최고치’나 ‘청약 쏠림’ 등 단어를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월 30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매매가격은 0.02% 전세가격은 0.05% 상승했다. 상승폭이 이전보다 축소됐다고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상승세는 30주 가까이 이어졌다. 금리 인하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자 국내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에 대한 의견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금리 인하가 단행될 시 집값 상승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영원히 내리지 않을 것 같은 수도권 집값을 보고 있자면 하루빨리 대출을 받아서라도 주택을 구매해야 할 것 같지만, 몇몇 전문가는 잠깐 기다리기를 권했다. 대출 규제와 단기급증 피로감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돼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게 주요 골자다. 실제 지난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1월 2636건에서 7월 8884건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8월 6114건으로 뚝 떨어졌다. 9월 거래량은 1941건으로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임을 감안해도 연초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평균 거래금액도 덩달아 하락했다.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11억1442만원으로 지난달 대비 6.8% 줄었다. 이는 연중 최고치였던 지난 6월(12억4703만원) 보다 10.6% 감소한 수치다.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를 비롯한 서울 외각은 물론 지난여름 평균 거래금액 신고가를 경신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도 상황이 달라졌다. 같은 기간 강남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24억5431만원으로 지난 8월(26억8395만원) 대비 8.6% 줄었다. 서초와 송파도 각각 11.8%와 4.8% 감소했다. 당장 오는 11일 금리 인하가 결정돼도 정부의 대출 규제로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주요 은행을 중심으로 한 대출 규제가 연말까지 이어져 개발 호재가 있거나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지적인 가격 상승만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민국 최고 부동산 전문가인 학계와 시중은행 및 업계 전문가 의견마저 엇갈리자 기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애꿎은 신문만 펼쳐보고 있다. ‘올해? 아니면 내년에 집을 사야 할까?, 대출 금리는 계속해서 오를 것 같은데 신혼부부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지 않을까?’ 등 헛된 기대만 일삼은 채 말이다. 정책은 양날의 검과 같다.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대효과와 이에 대비되는 부작용은 늘 함께 따라온다. 이럴 때 정부가 가져야 할 태도는 일관성이다. 잘못된 부분을 일부 수정하더라도 그 방향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방향성 자체가 흔들리는 순간 예측 가능성은 사라지고 시장에는 혼란만 남는다. 모든 이를 만족하게 할 수 없지만, 정책은 일관성을 갖고 예측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 그래야 기자와 같은 일반 국민이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를 그리는 게 정부가 원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