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 넘어 산’ 유통街… ‘내실화냐 다변화냐’ 갈림길
고물가로 소비심리 지속 하락… 기업계 “경기 전망 부정적” 유통社, 본사 이전으로 내실 안정·첨단산업 진출로 사업 다각화
2024-10-10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유통업계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내실화와 다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10일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 단체에 따르면, 일선 기업들은 남은 연말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한경협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6.2다. 지난 9월(92.9) 대비 3.3포인트 반등했지만 2022년 4월(99.1)부터 기준선 100을 31개월 연속 하회했다. 해당 수치가 100보다 낮으면 지난달에 비해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특히 유통가는 10월은 물론, 남은 하반기 모두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실정이다. 대한상의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80으로 집계됐다. 대한상의는 “소비자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으나 그간의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높아진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다 계속된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 부채 부담으로 소비심리 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한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게다가 올해는 고물가 기조와 더불어 소비 인구감소, 폭염으로 인한 식재료가 상승, 전염병 확산까지 겹치면서 예년보다 체감 불황 정도는 더 심화된 분위기다. 이같은 악재는 결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게 만드는데 한몫했고, 수치상으로도 상반기 실질 소비가 위축됐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통계청 데이터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불변지수 기준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이는 2002년 가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로 내수 소비가 크게 꺾였던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같은 상황 속 내실 다지기 중심을 펼쳐 수익성 극대화에 힘을 쏟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새시장 개척 등을 통해 반등을 꾀하려는 기업들도 나온다. 특히 11번가와 SSG닷컴 등 온라인 유통업체는 본사를 이전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 사옥은 서울에서 가장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중구에 위치했는데,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경기도 광명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SSG닷컴도 본사 이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큰 비용이 소모되는 사무실 임대 비용을 절약하겠단 의도로 보인다. 국내 제약사 온라인몰 관계자는 “최근 티메프 사태로 소비자는 물론 정부 및 정치권까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이커머스 업계의 또다른 허장성세 판별에 나섰다”며 “서울 사무실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창고로 쓰는 것도 아닌데 굳이 여러개 운영할 필요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유통 기업은 불안정한 유통 소비 시장에만 집중하는 대신, 글로벌 수요가 보장된 제약바이오 산업에 진출한 상태다. CJ그룹의 바이오 계열사 CJ바이오사이언스는 이달 유럽소화기학회(UEG)와 미국신경과학회(SfN) 등 권위있는 학회에서 신약개발 플랫폼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바이오마커와 신약 파이프라인 연구 성과를 각각 발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파킨슨병을 적응증으로 하는 신약 파이프라인 ‘CJRB-302’의 경우, 근본 치료제가 없는 파킨슨병에 장내 미생물 기반의 치료제를 새롭게 제시했다. 의약품 위탁생산과 더불어 제약산업에서도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지다. 유통기업 L사 관계자는 “2000년대 말부터 지역 도시에 우후죽순 생겼던 대형마트는 한때 소비 중심이었지만, 최근엔 잇따라 폐업하는 상황이다. 잘나갈 땐 내부에선 아무도 마트가 망할 것이라 생각 못했고, 기업 몸집만 불렸던 것이 역풍을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사업이든 평생갈 것이란 보장이 없다. 리스크를 염두하고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