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불황늪' 철강·석화업계, 하반기도 고전
한신평 “철강·석화 중국發 업황 부진 지속” 정부 中 덤핑 조사, 포스코·현대제철에 긍정 LG화학·롯데케미칼, 사업 효율화 구조조정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철강·석유화학 업계가 올 하반기에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발(發) 불황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올 3분기 실적 부진이 점쳐지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중국 철강 수요의 역성장이 유발한 업황 둔화 장기화로 3분기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내수 철강 수요 부진이 빈부격차,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로 비롯돼 쉽게 개선되지 않으면서다. 중국의 저가 철강 공세로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계속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중국 철강 시장에서 상위 10개 사의 집중도는 50%에 미달해 민간 차원 구조조정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중국의 수출 공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석화업계도 역시 중국 경기 부진 탓에 3분기 전망은 어둡다. 중국은 전 세계 최대 석유화학 시장이다. 중국의 경기 불황이 국내 석유화학 실적에 영향을 주는 이유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중국 수출 비중은 36.3%였다. 중국 정부가 최근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쏟아졌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일단 국내 철강 업계는 중국 영향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불황에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산 후판 제품 덤핑으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현대제철의 신청을 받아들여 샤강을 비롯한 중국 후판 업체들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873만t으로 전년보다 29.2% 증가했다. 올해도 중국 수입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수익성 고도화를 위한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연초 석유화학 원료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대산·여수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NCC 2공장 지분 매각설도 거론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석유화학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 3조원에서 내년 1조7000억원으로 줄일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기초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법인을 대폭 정리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 생산가지 롯데케미칼타이탄(LC) 등을 매각하는 방안도 고력하고 있다. 김호섭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산업 내 구조조정 및 사업재편 필요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