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30 '임장 스터디' 대세… 중개업자는 골치
온라인 부동산 임장 커뮤니티 우후죽순 실매수 목적 아닌 경우 많아···부작용 우려
2025-10-10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지속적인 아파트가격 상승으로 부동산이 가장 확실한 재테크 수단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20~30대 젊은층의 관심과 투자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사이에 임장(臨場·발품팔이) 열풍도 일고 있는 가운데 일선 중개업계에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0일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실거주·투자 목적의 임장 관련 게시글과 오픈채팅방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공인중개사들에 편중됐던 부동산 매물·시세 등 관련 정보가 최근 포털 및 전용 앱(애플리케이션)은 물론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도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2030세대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여기에 청년층 사이에 내집 마련 및 투자 열풍이 불면서 이들의 부동산 매입 비중도 커졌다. 법원 소유권이전등기(매매) 현황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30대 이하 무주택자의 생애 최초 부동산(집합건물) 매입은 총 1만4116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42.9% 늘었다. 최근 성행하는 '임장 스터디'에 참가하는 젊은층 대부분은 미래 부동산 매입을 위한 현장 조사 및 경험 쌓기 차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공통된 관심사를 매개로 한 낯선 모임에 익숙한 2030세대가 '부동산 투자 공부'로 친목 도모와 자기 계발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이처럼 임장 스터디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일선 공인중개업 종사자 일각에선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부동산 임장 모임 참석자 가운데 상당수가 당장 매수 계획이 없음에도 실제 매수 예정자인 것처럼 행세하는 이른바 '실거주 콘셉트'로 방문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신규 오피스텔이나 최근 가격이 빠진 아파트가 많은 일대 특성상 30대 직장인이나 예비부부로 보이는 이들이 방문하면 구분이 어렵고, 알아채더라도 불친절하게 대응하면 입소문 등 불이익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매수 예정자를 가장한 이들이 매물로 나온 집을 방문하겠다고 하면 집주인 입장에서도 집 청소와 일정 조정 등에 나서야 해 불편과 피해를 입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매물로 나온 집이나 토지를 보여주거나 현장 안내를 할 경우 관련 보수가 뒤따르고 국내에서도 변호사·세무사 등 전문 직군에선 상담 보수에 대한 체계가 마련돼 있다"면서도 "부동산 상담 보수 체계를 제도적으로 만드는 건 현실적인 어려움이 커 소비자들의 양심에 맡기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처럼 불경기일 때 공인중개사 보조원을 고용할 형편이 안되는 곳들이 많아 임장 회원들이 집을 보여 달라거나 현장 출장을 요구하면 사무실을 아예 닫아두고 가는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일부 온라인 임장 루트를 통한 직거래 유도 등은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지만 계약상 문제 또는 각종 범죄 등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