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시한부 이겨낸 할머니 위중…“랩 하면서 눈감고 싶었다”

수니와칠공주 서무석 할머니, 래퍼 활동을 위해 혈액암 3기 숨겨와

2024-10-13     이정수 기자
시한부

매일일보 = 이정수 기자  |  “랩을 하니 너무 행복해서 암에 걸린 것을 숨겼습니다.”

평균연령 85세의 8인조 칠곡군 할매래퍼그룹 수니와칠공주 서무석(87) 할머니가 래퍼로 활동하기 위해 암 투병을 숨긴 것이 알려졌다. 서 할머니는 지난해 8월부터 래퍼로 활동하던 중 몸에 이상 증상을 느껴 지난 1월 대학병원에서 림프종 혈액암 3기와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다. 시한부 3개월 판정도 할머니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의사가 예측한 3개월을 넘어 9개월간 래퍼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폐로 전이되어 의식이 혼미한 상태다. 서 할머니는 암 투병이 알려지면 수니와칠공주에서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할 것 같아 가족을 제외하고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매주 화·목요일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경로당에서 연습에 매진하는 등 마지막 남은 열정을 새까맣게 불태워가며 무대에 섰다. 각종 방송과 정부 정책 영상은 물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보훈아너스 클럽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또 지난 4일은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상징인 광화문광장에서 열정 가득한 공연을 펼치며 ‘한글주간 개막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어머님의 건강이 걱정되어 래퍼 활동을 만류했으나, 마치 아이처럼 기뻐하며 너무나 행복해하는 모습에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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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장녀 전경숙(65) 씨는 “랩을 하시면서 웃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말릴 수가 없었다”라며 “지난 주말 몸져누워 있는 상황에서도 함께 랩을 하는 할머니들과 선생님 등 누구에게도 암 투병을 알리지 말라고 하실 만큼 랩에 진심이셨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머님은 이 땅에서 평생 누리지 못했던 천국 같은 일 년을 보내시고 랩을 하는 행복감으로 암을 이겨내며 6개월을 더 사시고 있다”라며 “어머님이 랩을 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칠곡군과 랩 선생님께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서 할머니의 입원 소식이 알려지자 쾌유를 기원하는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수니와칠공주와 각별한 인연은 이어온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위문품을 보내며 “다시 만나 랩을 하기로 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라며 “건강을 회복해 꼭 다시 뵙게 되길 기도한다”라고 전했다. 원조할매래퍼 배우 김영옥 씨는 “만나서 랩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렇게 누워계시면 안 된다”라며 “저의 팬이니 부탁을 들어주셔야 한다.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 그토록 좋아하는 랩을 하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병원을 찾아 쾌유를 기원한 김재욱 칠곡군수는 “서무석 어르신은 행복 바이러스로 암세포와 싸우며 마지막 남은 열정까지 불살라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셨다”라며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수니와칠공주 구성원으로 복귀하길 바란다”라고 응원했다. 한편 수니와칠공주는 지난해 8월 칠곡군 지천면에 사는 할머니들이 모여 결성한 최고령 래퍼그룹으로 주요 외신까지 주목하며 대기업 광고와 정책홍보에도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