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감귤의 재해석…제주감귤로 와인 생산하는 ‘제주양조장’

제주감귤 과생산문제 해결하고 가치 높인다 박종명 대표 “지자체 지속적인 관심 필요”

2025-10-13     김혜나 기자
박종명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지난 9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제주양조장의 와인 생산동에 들어서자 발효조와 숙성조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술이 익어가는 시큼한 냄새. 제주감귤을 통째로 발효시켜 만드는 감귤와인이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제주양조장은 국내 최초로 감귤와인을 생산, 판매한 곳이다. 박종명 제주양조장 대표는 본래 로펌에서 파산관련 업무를 맡아 하고 있었다. 제주에 출장을 왔을 당시, 한 회사가 파산해 매물로 나온 감귤밭에서 감귤이 모두 버려지는 것을 보고 와인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박종명 대표는 곧바로 제주도 감귤 와인 특허를 갖고 있던 최영훈 농업진흥청 감귤연구소장을 찾아가 기술이전을 받고 생산에 나섰다. 감귤로 와인을 만드는 기술의 핵심은 감귤의 껍질을 완벽히 벗겨내고 알맹이만 남겨 발효하는 것이다.

제주양조장의 대표 제품은 ‘1950 감귤와인’이다. ‘1950’은 한라산 정상의 높이(1950m)를 뜻하며 ‘한라산 정상에서 만나자’는 의미가 담겼다. 감귤와인의 도수는 12%, 용도는 디저트 와인으로 분류된다. 감귤향에 더해 제주산 참나무를 이용해 숙성한 만큼 오크향이 어우러져 있는 게 특징이다.
제주양조장에서


생산동 옆에 위치한 전시판매장에는 감귤와인과 천혜향 와인 등이 아기자기하게 전시돼 있었다. 이곳에서 직접 시음해본 감귤와인은 풍미가 깊으면서도, 감귤 원물을 통째로 발효시켜 만든 만큼 달콤한 맛이 강렬해 인상적이었다. 그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2010년 한·중·일 정상회담 공식 건배주, 2010 G20 정상회의 공식 만찬주 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샤인머스캣으로 와인을 만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박 대표는 “이번에 제주도 16개 농가에서 샤인머스캣을 생산했고, 상품으로 나가지 못한 것을 수매해서 제조를 시도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양조장이 가장 많이 자리한 지역으로, 박종명 대표는 사비를 털어 27곳의 양조장 술을 한 곳에서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제주대 식품산업과와 손잡고 효모, 청귤스파클링와인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생산시설을 확장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규모를 늘려야 한다”며 “전통주 관련 세금이나 유통에 대해선 과거부터 파격적인 지원이 있어왔지만, 지역특산물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