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려도 대출금리 고공행진…실수요자 ‘한숨’
한은 38개월만 인하에도 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라 9일 기준 5대 시중銀 주담대 잔액 3영업일만에 다시 ↑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기준금리가 38개월만에 내렸지만 대출금리가 따라 내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달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주 간 단위로 다시 늘어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대폭 완화됐다고 밝혔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아직 은행들이 대출액의 본격 둔화를 자신하고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29조8898억원으로 전월 말(730조9671억원) 대비 1조773억원(0.14%) 줄어들었다. 약 반년 만에 처음으로 주택대출 잔액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9일 기준 같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730조7458억원으로, 3영업일 만에 다시 856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를 신청·접수하고 일으키기까지 통상 한 달 반에서 두 달까지 걸리는데, 1~2달 전 접수됐던 신청분이 실현되면서 주 간 단위로는 잔액이 다시 증가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 7월 이후 은행권 대출금리를 약 20차례 이상 인상한 바 있다. 9월을 기점으로 ▷유주택자 대출제한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연소득 내 제한 ▷갭투자용 전세대출 금지 등 강도 높은 대출규제도 이어갔다. 여기에 정부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의 정책까지 겹치면서 실제 9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감소하기도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대출 총량이 8월에 많이 증가했지만, 스트레스DSR 2단계 도입 등으로 9월에는 상당폭으로 증가폭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주택자 및 갈아타기 수요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각 은행은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은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무주택자 및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 조건)를 위한 대출문은 열어뒀는데, 이를 위한 수요도 만만치 않아 이달부터 다시금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은행권의 대출 문턱을 낮출수는 어렵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은행이 시행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가격(금리)을 높이는 것”이라며 “은행별로 상황은 다르겠지만, 기준금리에 따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영향을 받긴 하지만 미국 등 글로벌 자금시장 영향도 크게 받는다”며 “최근 미국 국채 금리 급등 및 경제지표 결과를 감안했을 때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 시장금리도 급격히 내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