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甲기업 횡포에 상도덕 실종… 말뿐인 윤리경영 소비자 빈축

편의점 본사, 무분별한 출점으로 기존 가맹점주 영업권 무시 배달 플랫폼, 잇따른 수수료 인상으로 자영업자 압박

2024-10-14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일선 기업들이 상생·윤리경영을 실현했다는 자료를 발표했지만, 정작 업계 상도덕을 무시하는 등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14일 매일일보 취재에 따르면, 경기 남부 지역 신축 아파트 단지에 모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먼저 문을 열었다. 그런데 불과 3개월만에 50m도 채 안되는 거리에 같은 브랜드 편의점이 새로 입점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브랜드 본사가 기존 가맹점주의 영업권을 보장해주지 않고 지역 상권을 장악하려 한단 비판이 나온다. 먼저 입점한 편의점주에게 문의했더니, 새 편의점 입점 직전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편의점이 들어설 부지란 소식은 들었지만, 브랜드 관계자가 관련 설명을 해 준 적 없어서 다른 브랜드가 입점할 줄 알았다고. 본사에선 계약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는 편의점끼리 상권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일명 ‘담배권’을 정한다. 해당 지역의 담배권은 50m로, 해당 간격 내엔 두 개 이상의 편의점이 입점할 수 없다. 그러나 기존 편의점과 새 편의점 간 직선거리를 재보니 약 45m로 나타났다.
과거 편의점을 운영했던 자영업자는 “브랜드 본사는 담배권을 측정할 때 직선거리가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도보 수단을 합쳐 최대한 길게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두 점포 간 거리를 길찾기 어플로 거리를 측정해보니, 보도블럭과 횡단보도 등을 모두 이용해 빙 돌아가도록 표시됐다. 이를 합친 총 거리는 130m 정도다. 본사는 이런 아전인수식 기준으로 점포 추가 입점 여부를 결정한 셈이다. 해당 아파트 주민은 “사유지인 아파트 부지 내에서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주민은 거의 없다. 다들 직선거리로 이동한다”며 “본사 입장에선 모든 점포가 다 자기네 소유니 누가 더 많이 팔든 상관 없을 것이다. 아파트 상권을 독차지하려는 본사의 횡포로 업주들만 피눈물 흘린다”고 비판했다.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가 2022년 자사의 ESG 성과 및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자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보고서 내용과 본사의 행보와 거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보고서엔 “점포를 운영하는 경영주와 본사의 파트너십 구축이 프랜차이즈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경영주와 소통하고 다양한 상생 제도를 운영한다”고 명시했다. 또 유통업계 동반성장 관련 수상 경력을 강조하며, 상생경영 실천 성과를 당당히 인정받았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계약상 을(乙)의 처지인 가맹점주는 본사에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하는 만큼, 본사가 강조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는지조차 의심되는 상황이다.  편의점 간 상권 침해 문제는 전국 각지서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일부 지역에선 다른 브랜드 가맹점주들이 힘을 합쳐 지자체와 본사의 행태를 비판하는 시위까지 진행한 바 있다. 요식업 플랫폼 업계엔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한 갑질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정치권은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배달 플랫폼들이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소상공인들에게 부당한 조건을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배달앱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로 가맹점주 가입이 늘어나니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올리고, 소비자가 몰리니 가맹점주에게 가격 제한을 해 버린다"며 "영업 방식이 교활하다"고 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앱에서 가게 노출 순서는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업주에게 이해를 구하지 않고 순서 변경을 사전 공지만 하는 약관 조항은 심각한 갑질"이라고 말했다. 비판의 대상인 B플랫폼사는 2024년도 가치경영보고서를 통해 "함께하는 이해관계자의 성장이 곧 우리의 성장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배달플랫폼의 경제·사회적 가치를 정량화하고 플랫폼 참여자별 효용을 구체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상생과 협력의 가치를 되새긴다는 설명이다. 서울 중구 치킨집 업주는 “어떤 소비자들은 업자들을 향해 ‘꼬우면 플랫폼을 탈퇴하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이미 플랫폼 중심으로 배달 시장이 형성된 이상, 업주들은 좋든 싫든 플랫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